기존 공간에 새로운 색을 더한 네 가족의 정원

조회 8492025. 3. 23.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 (5)

보통은 본 공사 직전에 기존 정원을 덜어내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는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설계를 진행하다 보니 진행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 한눈에 봐도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 자란 나무들을 제외하고 낡은 시설물과 포장 및 관리가 되지 않은 잡목과 잡초 등을 깨끗이 덜어내니 정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보였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Info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면적 약 150㎡(중정+큰마당+테라스가든)
기간 2024년 1월 ~ 4월
협업 SALADBOWL(샐러드보울 디자인스튜디오)
식재 배치도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의 정원 리뉴얼이다. 외부는 잔디 마당과 오래전부터 주택에 많이 심었던 소나무, 배롱나무, 단풍나무가 자리한 정형적인 한국식 주택의 모습이었다. 건축물 내외부를 대수선 작업을 하던 SALADBOWL(샐러드보울 디자인 스튜디오)과 협력해 기존 정원을 철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경사가 있는 곳이다 보니 1층에는 아이들 방, 2층에는 생활의 중심이 되는 부엌과 거실, 3층에는 침실이 있는 구조였다. 건물과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 계단 사이에 ‘중정’이, 가족이 가장 많이 이용할 2층에 넓은 ‘마당’과 ‘테라스가든’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작은 외부공간이 곳곳에 있었지만 정원 관리에 자신 없어 하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식재 공간을 최소한으로 계획했다.

중정은 데크로 포장하고 덮개를 설치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중정은 데크로 포장하고 덮개를 설치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중정은 데크로 포장하고 덮개를 설치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 라이프스타일에 대응 가능한 중정
중정은 기존 화강석 판석(부정형) 위에 데크 포장으로 마감했다, 다른 천연목재(멀바우, 방킬라이)에 비해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거의 없는 ‘이페’제품으로 시공하고 수용성(친환경 제품) 스테인을 3번 칠했다.
가족 중 아이들이 주로 사용할 공간이다 보니 추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부터 자재 선정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 중간에는 모래 놀이터를 만들었으며, 사용하지 않을 땐 덮개를 덮어 중정으로 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자라나서 놀이 공간이 필요 없어질 때가 오면 모래 대신 흙을 채워 작은 화단으로 새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원래 이곳에서 자라던 소나무 아래로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작은 화단 공간을 남겼고 한라백당나무를 포함해 산부추, 곰취, 노랑바람꽃, 제주상사화, 금낭화 등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심었다. 햇빛이 드는 곳에는 아이들이 따먹을 수 있는 작은 블루베리나무를 심었다.

마당은 타일 포장을 통해 깔끔하면서 유지관리가 편한 스타일로 조성했다.
테라스가든으로 향하는 소로小路는 판석을 깔고 작은 잎 수종을 식재해 여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프라이버시 확보하고 유지관리가 편한 마당
부엌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넓은 마당은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이식하지 않고 하부에 식재 영역을 남겨둔 채 타일 포장(페데스탈 공법)으로 마감했다.
주택 정원이라고 하면 잔디가 깔린 파릇파릇한 마당을 당연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잡초 뽑기, 제초작업 그리고 겨울철에 날리는 마른 잔디 잎 등 수고로움이 아주 많으므로 정원 돌보기에 자신이 있지 않은 이상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사계절 다채롭게 꽃을 피우는 나무와 풀을 적절하게 심어 계절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화단이 주택에 살면서 정원을 즐기는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도 포장 공간을 최대한 마련하고 식물을 심을 화단을 최소한으로 조성했다. 소나무 아래에는 얇고 푸른 잎을 가진 은사초를 심은 후 봄부터 여름까지 흰색 꽃이 피는 한라개승마, 여름에 노란색 꽃이 피는 겹미나리아재비, 늦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는 베로니카 로얄블루를 함께 심었다.
전면부에는 이웃집 창문으로부터의 시선을 적절히 가리기 위해 상록수종인 문그로우(측백나무)와 프랭키보이(측백나무)를 다양한 크기로 가져와 높낮이를 교차해 심었다. 그 앞에는 이른 봄 흰색 꽃이 피는 설유화와 장미조팝나무를 시작으로 미스킴라일락, 한라백당, 자엽중산국수 등이 차례차례 꽃을 피운 후 가을에는 콤팩트화살나무의 붉게 물든 잎의 단풍까지 사계절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낮은 풀로는 연두색 잎이 매력적인 풍지초와 흰색 꽃이 피는 바람꽃 그리고 1~2월에 보라색으로 꽃이 피는 헬레보루스를 심었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채소를 가꿀 수 있도록 70cm 높이의 텃밭 박스도 설치했으며, 사용하지 않는 겨울에는 한쪽 구석에 치워놓을 수 있도록 하부에는 바퀴를 달았다.
마당이 끝나는 지점에 테라스가든으로 향하는 작은 길을 계획했다. 중앙에는 화강석 판석을 놓고 양옆에는 무늬쥐똥나무 한 종류만 줄지어 심었다. 무늬쥐똥나무의 잎은 성인 엄지손톱 크기에 흰색 무늬가 있는 연두색으로 꽃보다는 잎을 더 즐길 수 있는 관상 가치가 좋은 정원 식물이다. 독립해서 한 주로 심어도 좋고 이번 프로젝트처럼 경계부나 울타리에 심은 후 모양을 다듬으면서 키워도 좋다.

테라스가든은 기존 단풍나무와의 조화와 실내에서 바라볼 시선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테라스가든은 기존 단풍나무와의 조화와 실내에서 바라볼 시선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실내에서의 시선이 더 매력적인 테라스가든
거실 통창을 통해 보이는 테라스가든은 외부에서 즐기기보다는 실내에서의 시선을 고려한 공간이다. 특히 야간에 소파에 앉아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온 정원을 보며 하루의 고됨을 씻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곳이다.
예전부터 있던 두 그루의 단풍나무로 인해 시간에 따라 그늘이 지는 여건을 고려해 반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로 정원을 구성했다. 이때 식물들이 돋보이도록 짙은 회색 계열의 돌을 배치한 후 화산석 자갈(흑색 계열)로 정원을 마감했고 이와 대비되는 밝은색(흰색, 진분홍색, 하늘색 등)으로 꽃이 피는 수종을 선택했다.
작은 나무(관목)로는 장미조팝나무, 실목련, 한라백당, 산수국을, 풀과 꽃(초화) 종류로는 에베레스트 사초, 홍지네고사리, 호스타, 자란, 향기별꽃을 심었다. 다양한 종류의 관상용 양치식물(청나래고사리, 고비, 관중, 일색고사리 등) 중에서도 홍지네고사리는 겨울에도 녹색 잎을 즐길 수 있는 상록성이라 반음지 정원에 자주 사용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돌과 돌 사이 일부 영역에는 반음지뿐만 아니라 햇빛이 드는 공간에서도 살 수 있는 서리이끼로 면을 채워, 정원이 너무 어둡게 보이지 않게 조성했다.

이미 눈치 챈 독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성북동 주택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몇 년간 유행한 ‘그라스’ 종류를 전혀 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아주 잘 자란다는 이유로 공간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정원 그리고 도시 곳곳에 억새, 새풀, 수크령, 털수염풀과 같은 그라스가 무분별하게 심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두 해만 지나도 덩어리가 너무 커지고 수종에 따라서는 씨앗 발아가 잘되기에 주택과 같이 작은 정원에서는 아예 심지 않거나 적절하게 심는 것이 좋다. 성북동 주택은 그런 점을 고려해 정원에 심은 식물들의 크기(볼륨)가 매 계절 수시로 바뀌는 것보다는 꽃이 피고 지는 변화만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꽃나무(관목) 위주로 계획했다.
정원은 면적과 상관없이 식물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다행히도 정원을 만들어 드린 후 최소 분기별 1회 방문해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을 잘 유지하도록 돌보고 있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森)에서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다양한 생각을 모아 숲과 같은 ‘건강’한 생태계가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귀담아 들은 후 많은 고민을 하며 정원과 사람이 ‘건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있다.
www.botanicalstudiosam.com 010-4180-0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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