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입맛 사로잡은 인기 한국 스파클링 와인은 무엇?
-시나브로 와이너리 이근용 대표-
최정욱 소믈리에(이하 최):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근용 대표(이하 이): 저는 반평생을 엔지니어로 살다가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찾아 2007년 귀농을 했습니다. 고향인 대전 근처에서 농사를 지을만한 곳을 찾다가 30분 거리의 영동을 알게 됐습니다. 포도를 비롯한 과일의 천국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도와 과일 농사를 짓던 경험을 살려, 이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해 보자는 생각으로 정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포도농사를 지으며 우연히 만들어 본 와인이 호평을 받으면서, 제게 기계를 다루던 실력만큼 양조에도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침 영동군이 ‘와인특구’로 지정돼 와인농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고, 여기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충청북도 영동의 작은 포도밭에서 시작한 시나브로 와이너리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양조장입니다. 국내 와이너리들이 레드와인만 양조할 때 시나브로 와이너리는 국내 최초로 ‘청수’라는 우리나라 포도 품종으로 화이트와인을 양조했습니다. 젊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스파클링와인과 캔와인을 만들고, 와인을 못 드시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뱅쇼’를 키트로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구성원 모두가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한 ‘온 가족 소믈리에 와이너리’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 국내 와이너리 최초 ‘HACCP 인증 와이너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 시나브로 와이너리의 시그니처 와인인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 대다수의 국내 와이너리는 포도농사를 짓다가 와인을 양조하는 식으로 시작합니다. 가장 흔한 포도인 캠벨 얼리 품종을 활용해 양조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캠벨 얼리는 식용 포도로, 양조용 포도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한 독일과 기후 조건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 좋은 청포도 품종만 있다면 좋은 화이트와인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화이트와인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 육종한 청포도인 ‘청수’ 포도는 원래 식용으로 육종됐지만 신맛이 강하고 포도알이 송이에서 쉽게 떨어지는 등 식용으로 활용되기 어려워 외면받았던 비운의 포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청수는 양조용 포도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청수를 활용한 화이트와인을 양조했습니다.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와인은 농림부 주관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상, 대전 아시아 와인 트로피 골드메달 7회 수상 등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독일 베를린 와인 트로피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화이트와인의 본고장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한 외국의 와인 전문가는 청수를 ‘한국의 소비뇽 블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좋고, 시트러스 향과 열대과일향, 꽃 향 등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육종한 품종이기에, 해산물, 전, 튀김요리를 비롯한 우리나라 음식과 궁합이 매우 좋습니다. 샤르도네 위주의 화이트와인만 접해본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매력을 어필한다는 점에서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최: 여러 주종 가운데 와인을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와인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마침 포도농사를 짓고 있었고, 군 차원의 와인사업 지원도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와인을 양조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양조를 시작한 2011년도만 하더라도 한국와인은 외국 와인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한국와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반과 오기 반으로 와인 양조에 뛰어들었습니다.
와인은 1년에 딱 한 번만 만들 수 있습니다. 맥주나 막걸리처럼 금방 생산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야만 조금씩 조금씩 좋은 와인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닌, 인내심을 갖고 숙성의 과정을 진득하게 기다려야 하는 점이 와인메이커 입장에 서 보는 와인의 매력입니다. 그래서 저희 와인 브랜드도 ‘시나브로’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최: 스파클링와인 라인인'피에스'가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라고 하는데요. MZ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포인트가 무엇일까요?
이: 화이트 스파클링, 로제 스파클링, 샤인 스파클링, 애플 시드르 등 4종으로 출시한 피에스는 세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뜻밖의 기쁨(Pleasant Surprise)입니다. "친구, 연인, 가족, 은사님을 비롯한 모든 고마운 분들께 선물하기 좋은 와인을 만들자, 깜짝 선물을 받는 분들께 '뜻밖의 기쁨'이 되자"라는 의미를 가장 먼저 담았습니다. 레이블 속에는 다양한 축하 파티 장면 이 각각 그려져 있습니다.
다음으로 추신(PostScript)의 의미입니다. 흔히 알고 계신 편지 말미의 p.s입니다. 직접 전하는 것도 좋지만, 우편으로 오는 선물은 더 큰 기다림과 기대감을 갖게 하죠. 레이블 테두리를 우표 모양으로 처리했고, p.s 옆엔 받으시는 분의 성함을 직접 적을 수 있는 칸을 만들었습니다. 옆면에는 축하 목적을 체크하는 칸과 짧은 메모칸도 전하는 이에게 마음을 담을 수 있답니다.
끝으로 ‘시나브로 그다음’(Post Sinabro)을 의미합니다. 시나브로와이너리 2세대인 아들 내외가 주도해서 만든 라인업입니다. 보다 젊은 감성으로 젊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브랜딩 과정을 아들 내외가 담당했습니다. 시나브로의 현재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스텝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와인 이름에 녹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담긴 브랜딩이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최: 농가 형태로 된 시나브로 와이너리에서는 체험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이: 농림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시나브로 와이너리는 단순히 와인을 만들고 파는 공간이 아닌, 술을 못 하는 분들이나 아이들도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을 조금씩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와인 테이스팅 프로그램, 와인에 과일 등을 넣어 끓여 만드는 ‘유럽의 쌍화탕’인 뱅쇼 만들기 프로그램, 미용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와인 풋 스파 프로그램, 포도 수확철 방문한 고객이 직접 딴 포도로 직접 만들어보는 ‘나만의 와인 양조’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와이너리 마당에서 비정기적으로 음악회, 비보잉 공연, 영화 상영 등의 문화행 사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 시나브로 와이너리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이: 저희 가족은 모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로부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했습니다. ‘우리기준에 용납되지 않는 와인은 팔지 않겠다’는 각오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그럴듯한 와인만 만드는 것이 아닌, 음식과의 조화도 생각하며 양조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와인’을 만드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 와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와인 시장은 유럽의 구세계 와인, 미국과 호주 등지의 신세계 와인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시나브로와인을 비롯한 한국와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전문점이나 대형 마트에 KOREA WINE, 혹은 AISA WINE 카테고리가 생길 수 있도록 한국와인의 대중화와 세계시장 진출에 시나브로가 앞장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와인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양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