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조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32강전, 16강전 ‘꽃길’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단순히 전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대회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를 오가는 장거리 이동, 극심한 더위, 멕시코 고지대 환경까지 겹치면서 “누가 더 잘 준비했는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생각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 위에 올라서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국은 A조에서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쟁한다. 멕시코는 다소 강한 편이지만 다른 두 나라는 싸워볼만하다. 여기에 일정과 이동, 환경 적응, 준비 기간까지 고려하면 한국이 유리하다.
최대 변수는 ‘고지 적응’이다. 한국은 지난해 이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북중미 환경에 맞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미국 고지대와 멕시코 현지에 월드컵 대비 캠프까지 마련했다. 반면 체코는 지난 3월 유럽 플레이오프를 통해 뒤늦게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준비 기간 자체가 짧았고, 고지 적응 캠프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동 동선도 한국에 유리하다. 체코와 남아공은 조별리그 동안 미국과 멕시코를 오고 가야한다. 체코는 멕시코에서 한국과 1차전을 치른 뒤 미국 애틀랜타로 이동해 남아공과 2차전을 소화하고, 다시 멕시코로 돌아온다. 남아공도 멕시코와 개막전을 치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체코전을 치르고, 다시 멕시코로 와 한국과 맞붙는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여정이다.
반면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고지 적응과 회복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 한국이 체코와 남아공을 모두 잡고 멕시코와 비긴다면 조 1위 시나리오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3전 전승이다. 물론 쉽지 않지만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조 3위 일부도 32강에 오를 수 있게 됐지만, 사실상 ‘생존’에 가까운 의미다. 조 3위는 대부분 토너먼트 초반부터 강팀과 만날 가능성이 높고 이동과 일정에서도 불리해진다. 단순히 “32강만 가면 된다”는 접근으로는 깊은 토너먼트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조 1위는 꽃길이다. A조 1위는 32강전을 과달라하라에서, 16강전을 멕시코시티에서 치르게 된다. 과달라하라도 해발 약 1500m 수준의 고지이고, 멕시코시티는 약 2200m에 달한다. 한국은 이미 멕시코 고지 적응을 끝낸 상태지만, 상대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장거리 이동을 한 뒤 충분한 적응 시간 없이 고지 환경 속에서 한국과 맞붙어야 한다. 결국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최대 변수인 ‘고지’를 오히려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 1위를 차지한다면 8강까지도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2위 역시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다. A조 2위는 미국 LA 잉글우드에서 32강전을 치르게 된다. 멕시코 고지대 이점은 사라지지만, 대신 상대적으로 익숙한 미국 서부 환경과 안정적인 이동 여건 속에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32강 상대(B조 2위)도 압도적 강호는 아니다. B조에는 캐나다, 스위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카타르가 속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의 1차 목표는 얼마나 좋은 위치로 32강에 오르느냐”라고 지난 16일 말했다. 한국은 체코, 남아공에 비해 전력이 나쁘지 않은 데다 환경과 대진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계획대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일전을 치른다면 예상밖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한국으로서는 조별리그에서 사실상 올인해야 하는 셈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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