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모하비는 단순한 SUV를 넘어 한 세대의 상징이었다. “아빠들의 차”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40~50대 남성 소비자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단순했다. 강한 힘, 묵직한 존재감, 그리고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함이 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6기통 디젤 엔진의 우렁찬 소리와 프레임 바디 특유의 안정감은, 도심형 SUV가 줄 수 없는 감성을 제공했다. 이런 이유로 모하비는 오랫동안 국산 SUV의 ‘정통파 아이콘’으로 사랑받아왔다.

프레임 바디는 현재 시장에서 보기 드문 구조다. 대부분의 SUV가 모노코크 방식으로 바뀐 가운데, 모하비는 여전히 트럭 기반의 전통적인 구조를 유지했다. 덕분에 견인력과 내구성에서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했다. 험로 주행이나 캠핑 트레일러 견인 등, 아웃도어 중심의 소비자들이 꾸준히 선호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단순히 힘이 세서가 아니라, 차 자체가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동반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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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 역시 남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했다. 각진 차체와 거대한 그릴, 근육질의 라인들은 SUV 본연의 강인함을 잘 보여줬다. 후드의 캐릭터 라인과 높은 지상고는 존재감 자체로 위압감을 주었다. 내부는 6~7인승 구성으로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고, 단단한 마감과 단순한 레이아웃 덕분에 오랜 기간 사용해도 질리지 않았다. ‘투박하지만 믿음직한 차’, 이것이 바로 모하비의 정체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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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4년 7월, 그 전설은 결국 막을 내렸다. 기아는 공식적으로 모하비의 단종을 발표하며 생산을 종료했다. 시장의 흐름이 이미 전동화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디젤 6기통 SUV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추가 개발비가 급격히 늘었고,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었다. 팰리세이드, EV9, 텔루라이드 같은 신형 SUV들이 등장하며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지자 모하비의 존재감은 점차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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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규제는 결정타였다. 6기통 디젤 엔진은 더 이상 유럽이나 북미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기차 중심의 전략이 추진되면서, 모하비는 효율과 수익성 모두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게다가 같은 세그먼트 내에서 EV9과 팰리세이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아 내부에서도 모하비의 포지션은 애매해졌다. 결국 현실적인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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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흥미롭게도, 모하비의 부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많은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모하비 풀체인지 소식은 없나?”라는 질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향수 때문이 아니다. 모하비라는 이름이 가진 브랜드 자산과 팬덤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기아가 전동화 SUV나 픽업트럭 라인업을 통해 ‘모하비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 가능성의 중심에는 기아의 신형 픽업 ‘타스만’이 있다. 타스만은 프레임 바디 기반의 전동화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델로, 험로 주행과 견인 능력 모두를 고려해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동화 SUV가 만들어진다면, 그게 바로 ‘모하비 후속’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변신한 모하비는 시대적 흐름과 브랜드 감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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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프레임 전기 SUV는 개발비가 많이 들고, 대중성이 떨어지는 시장이다. 가격 또한 1억 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내부에서도 EV9, 텔루라이드, 팰리세이드 등 이미 여러 대형 SUV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속 모하비가 어떤 차별성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크고 강한 SUV’로는 설 자리가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하비의 감성을 원하는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 전동화 시대가 되어도, ‘SUV는 원래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에게 모하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가장다운 상징’이며,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만약 모하비가 다시 부활한다면, 기아는 단순히 이름만 되살리는 수준이 아니라 진정한 ‘정통 SUV의 재해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강인한 디자인, 넓은 실내, 오프로더 감성을 유지하되, 전동화 기술로 효율과 정숙성을 더하는 식이다. 거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한다면, 모하비는 과거의 영광을 넘어 새로운 전설로 부활할 수 있다.
결국 모하비의 단종은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일 수도 있다. 기아가 ‘전동화 시대의 정통 SUV’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이름은 다시 모하비일 것이다. 오랜 세월 “아빠들의 로망”으로 불리던 그 차가, 언젠가 다시 도로 위로 돌아올 날을 많은 팬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모하비는 단순히 사라진 차가 아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묵직한 엔진음과 함께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모하비라는 이름을 계속 살아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