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치아, 이탈리아가 원조 아니었나
포카치아의 기원은 고대 로마가 아니라 9000년 전 메소포타미아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포카치아는 밀가루와 올리브유, 소금이 주원료인 납작한 빵으로 이탈리아가 원조로 생각돼 왔다.
이탈리아와 튀르키예, 스페인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포카치아는 제노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기원전 6400~59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에서 탄생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신석기시대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나온 접시 조각이다. 근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자리한 시리아의 메즈라 텔레일랏 및 텔 사비 아비야드, 튀르키예의 아카르케이 테페 유적에서 나온 도자기 파편 13점을 분석한 연구팀은 빵을 구울 목적으로 제작한 커다란 점토 접시의 존재를 떠올렸다.
조사 관계자는 "조각들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인은 타원형 접시를 이용해 포카치아를 구운 것으로 보인다"며 "빵을 굽는 접시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거칠고 반복적인 긁은 상처가 있고 도자기 조각 몇 개에서 포카치아를 구울 때 쓴 것으로 보이는 동물성 지방 및 식물성 조미료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각 파편을 분석해 보니 아무래도 접시는 420℃ 정도로 달군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접시를 이용해 고대인들이 포카치아를 구웠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도자기 조각 13점에서는 각기 다른 유기물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신석기시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인들이 여러 가지 빵의 레시피를 시험했을 가능성일 제기했다.
조사 관계자는 "접시 하나로 구운 포카치아는 최대 3㎏으로 꽤 컸을 것"이라며 "고대인들은 수확한 곡물 등 다양한 재료로 포카치아를 만들었고, 다 구워진 뒤에는 접시 주변에 둘러앉아 빵을 나눠 먹었다고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도자기 파편의 연대 측정 결과 포카치아는 후기 신석기시대에 고안돼 6세기에 걸쳐 오랫동안 개량됐고 나중에 이탈리아에 전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여러 포카치아 레시피가 개발돼 근동 지역에 확산되면서 서로 다른 포카치아가 보급됐음을 이번 연구에서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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