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평 주택에 마당만 8개" 도심 단독주택, '마당뷰'로 지은 비결
[땅집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집에서 할 게 너무 많아졌죠. 맞벌이 부부라면 각각의 업무 공간을 비롯해 사적인 휴식, 취미 활동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받는 집을 설계해 달란 의뢰가 늘었습니다. 방의 쓰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요구가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마당’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당을 얼마나 많이 설계하고,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주택 내부 공간의 활용도가 크게 뒤바뀌기 때문이죠.”
최근 도심에도 단독주택 건축을 하는 경우가 늘면서, 설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규제가 많고 면적이 넓지 않지만, 마당처럼 충분한 외부 공간을 확보해 집을 더 넓게 쓰는 식이다. 마당은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집에서 업무와 휴식이 동시에 가능하고, 가족 구성원들끼리의 사생활 보호가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주거공간에 꼭 필요한 필수 공간이 되어가고 있지만, 마당을 갖춘 집은 최근 들어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주거공간 사이사이에 마당을 잘 배치하면, 훨씬 더 다채로운 기능을 하는 집이 탄생한다”고 했다.
홍만식 대표는 2006년 리슈건축을 설립한 이후 예비 건축주들과 설계·시공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를 위한 해법을 제시해왔다. 저서로는 ‘상가주택 짓기’,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 등이 있으며 최근 ‘지붕 없는 방’을 출간했다. 홍 대표는 오는 6월20일 시작하는 땅집고 건축주대학31기에서 강연한다.
- 단독주택 건축에서 마당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는 건축주가 직접 거주하기 위해 지은 집을 소개했다. 모두 건축주 인터뷰로 구성됐으며 소개된 집에는 마당이 여러 개 씩 있다. ‘마당이 있는 집’은 오래 전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집의 형태였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건축물이 차지하는 땅의 비율, 즉 건폐율 규제 등으로 마당 같은 야외 공간은 축소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나 다른 용도의 공간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여유가 있는 부잣집에서나 마당을 볼 수 있고, 대지면적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집에서는 마당이 해체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주택에서 마당이 차지하는 역할이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건폐율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마당을 낀 공간 설계를 하면 주택 내부 공간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 마당을 제대로 활용하면 집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나.
“‘지붕없는 방’이라고 책의 제목을 지었는데, 마당이란 뜻이다. 또다른 말로는 비(非)건폐지'라는 말로 마당을 개념화했다. 건폐율을 채우고 남은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당은 집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한 요즘, 지붕이 없을 뿐 방이란 의미로 사용했다. 마당을 통해 공간을 나누고 분리하는 기능이 더해지면 업무와 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집으로 설계할 수 있다. 마당의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 마당을 잘 배치한 집을 소개해 달라.
“땅은 넓지만 각종 규제로 건축 면적이 작은 경우가 있다. 경기 양평에 지은 ‘필경재’가 그러한 사례였는데, 이 480평 대지에 건폐율이 20% 밖에 안 됐다. 이 주택은 집 내부에 8개의 마당을 만들어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을 분리했다. 8개의 마당은 각 방과 긴밀하게 연결돼 성격이 모두 다르고, 공간들이 더 다양한 기능을 하도록 했다.
서울 은평구 빌라와 상가주택 밀집지에 지은 우연재는 중정 등 내부 공간에 마당을 통해 ‘놀러오는 집’을 만든 사례다. 30대 부부가 건축주였는데, 주택 부지가 6미터 전면도로를 둔 도심 속에 있어 바깥으로는 닫혀있지만 안으로는 열린 집이기를 원했다. 40평 남짓한 대지에 실제 쓸 수 있는 건축면적은 24평 정도였지만, 마당을 충분히 활용해 집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깥 시선에서는 차단된 상태에서 내부 중정을 만들고 현관으로 이어지는 마당을 만들어 캠핑 장비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집에서 바비큐 파티,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마당을 활용해 비 맞지 않는 주차장도 만들었다. 마당을 조망하고 햇빛을 쬘 수 있는 취미실도 있다.”
-최근 단독주택 설계 트렌드를 설명해달라.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방에 쓰임에 대한 건축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나 재택, 사업을 하는 경우 업무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또 주방 공간은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응대하고, 다양한 업무를 보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중요도가 높아졌다. 거실을 2층 침실쪽으로 작게 빼고 주방을 거실처럼 쓰는 경우도 많다. 또 손님맞이를 하면서도 다른 가족 구성원은 마치 다른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는 집에 대한 요구가 높다. 마당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