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없고 전세 사기 걱정돼 월세에 몰린다
1~10월 광주 월세 2만1361건으로 전세 2만370건 첫 추월
월세가격지수 전주비 0.01p 상승…광주 16개월 연속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다주택자 및 부동산입대업자가 늘면서 주택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 규모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 등으로 보유 주택을 늘린 다주택자들이 전세 대신 수익성이 좋은 월세를 택했고, 세입자들도 은행권 대출 이자를 내면서까지 전세사기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 대신 월세를 결정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5일 법원 등기광장정보 ‘확정일자 전·월세현황’에 따르면 올 1~10월까지 광주 월세거래는 2만1361건으로 전세(2만370건)보다 4.86%(991건) 많았다.
지난 2022년 한 해 전세 거래는 2만6684건으로 월세(2만2859)보다 14.1% 많았지만, 지난해 전·월세 차이(전세 2만3850건·월세 2만3147)는 3%(703건)로 급격히 줄더니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월세가 전세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월세가 전세 거래량을 뛰어넘으면서 월세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통계정보에 따르면 올 10월 광주지역 월세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01포인트 오른 103.03(2021년 6월=100)을 기록했다. 광주의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광주지역 아파트의 월세 가격도 오름세다.2336세대 규모의 광주시 동구 계림동 ‘그랜드센트럴’ 117A㎡은 올 1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9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지만,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는 20만원 오른 100만원에 거래됐다. 심지어 올 11월 거래된 물건은 저층(2층)이었지만, 1월 거래 물건(23층)보다 비싼 월세에 계약이 이뤄졌다.
유니버시아드힐스테이트3단지(광주시 서구 화정동)의 월세 호가(呼價) 또한 올해초 90만원 초반대에서 최근 100만원 초반대로 비싸졌다.
월세거래의 전세거래 추월, 월세가격 상승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불러온 현상으로 분석된다.
광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구축의 경우 매매가 어렵고 5년 이내 신축은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결국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겠다는 사람만 많다보니 갭투자로 다주택을 보이한 이들 입장에서는 월세로 나마 대출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도 집을 팔려고 부동산을 찾는 이들에게 매매 대신 전·월세를 제안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또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된 전세사기도 월세 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2억원의 전세대출받을 경우 금리 3.2%를 적용하면, 월 5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데, 월 지출을 조금 늘리더라도 전세사기에 대한 리스크를 상쇄하겠다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물건만 늘어날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내집 마련’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생각’ 박성준 공인중개사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건설경기 역시 회복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경기 악화로 전세가격이 오르면 월세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도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세대는 월세를 내는 것과 같다. 부동산에 있어 금융비융이 늘어나면 저소득층 및 청년층 내집 마련 시기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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