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독주에 가려져 만년 저평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LG전자가 마침내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나 20%대 급등을 기록했던 LG전자가 5월 2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기대감을 업고 기어이 상한가(29.93%)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로봇 산업의 미래를 바꿀 제2의 깐부회동이 예고되면서,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이번 폭등의 기폭제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 소식이다.
내달 초 예정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만남에서 피지컬 AI 및 로보틱스 분야의 협력 확대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지난해 젠슨 황 CEO가 삼성전자, 현대차 수뇌부와 만나 관련주들의 주가를 폭등시켰던 이른바 깐부회동의 학습 효과가 LG그룹주 전반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단순한 가전 회사를 넘어 미래 로봇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홈 로봇에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 플랫폼을 적용하며 기술적 토대를 닦아왔고, 올해 초 공개한 로봇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을 통해 피지컬 AI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이러한 LG의 로봇 사업이 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을 시작한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현재 LG전자의 주가 상승세는 증권가 리포트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다.
최근 한 달 내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가 16만~23만 원 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9만 원을 돌파한 현재의 주가는 시장이 LG전자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는 속도가 매우 빠름을 보여준다.
연초 대비 218%가 넘는 주가 수익률은 올해 국내 대형주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이다.

LG전자의 상한가는 그룹 전반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LG씨엔에스(29.91%)와 LG이노텍(28.57%), 지주사인 LG(26.60%)가 줄지어 폭등한 것은 시장이 이번 협력을 단순한 단발성 이슈가 아닌, LG그룹의 AI·로봇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제조와 물류 현장의 자율화를 꿈꾸는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에 LG의 여러 계열사가 힘을 모을 가능성이 커진 점도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기대감이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면, 이제는 그 기대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젠슨 황 CEO와의 회동 이후 구체적인 협력 로드맵이 공개될 때 주가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금의 상승세가 거품이 아닌 탄탄한 미래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투자자들은 단순히 뉴스에 반응하기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로봇 사업 수주와 매출 가시성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