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100만명 시대에도 ‘재정 잣대’… 20년 치료제 재평가 논란

왕해나 기자(wang.haena@mk.co.kr) 2025. 12. 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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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치매 부담 106조 이를 듯
의료계 “콜린 제제 임상 재평가 모순”
효과 입증에는 단일·단기 임상 한계
치매에 걸린 노인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정부의 치매 대응 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7년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하며 치매 부담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최근 정책 기조는 환자 보호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치매 환자는 2023년 약 100만명에서 2050년 226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도 약 3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

사회경제적 부담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비용은 1700만원을 웃돌고, 국가 전체 치매 비용은 2050년 1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치매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20년 넘게 임상 현장에서 사용돼 온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를 ‘재정 부담’ 관점에서만 평가하며 임상재평가를 추진하고 있어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치매 부담을 줄이겠다는 국가 책임 기조와 현재 정책 흐름이 모순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콜린 제제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해외 학회와 국내 연구에서 콜린 제제가 뇌 위축 속도를 억제하고 인지 저하를 완만하게 만드는 효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국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의 전환 위험을 낮추는 경향도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치매와 경도인지장애가 병인이 복합적인 질환이어서 단일·단기 임상시험만으로 약효를 판정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환자 대부분은 알츠하이머 병리와 혈관성 변화가 혼재된 혼합형이며, 기존 인지 기능 평가 도구로는 수개월 단위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기 추적이 필수적인 질환 특성상 임상시험 구조 자체에도 제약이 따른다.

의료계는 단일 임상 결과만을 근거로 약효를 판단하기보다, 코호트 연구와 리얼월드데이터(RWD), 장기간 축적된 임상 경험을 함께 반영하는 다층적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초고령사회에서 정책의 기준이 재정 절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치매는 단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질환”이라며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 확인된 콜린 제제의 뇌 위축 억제·인지 보호 효과는 바로 이러한 다층적 평가 틀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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