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창신동 재개발...종로구 개발방식 '변경'에 토지소유주 "손실 우려" 반발

종로구 창신1~4구역 통합 재개발로 정비계획 변경 추진
소단위 정비로 재개발 추진하던 주민 반발

"소단위 정비 대신 통합 재개발로 정비 계획을 변경하면 사업성 떨어지고 재산 손실 불가피합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남측 일대 재개발 사업이 논란이다.

종로구가 구역을 작게 쪼개 소단위 정비형으로 진행하려던 당초 계획을 통합 개발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토지소유자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정비계획을 변경하면 다시 주민 동의를 얻는 등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업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창신동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토지 소유주가 통합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생생비즈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로구가 창신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변경 및 계획변경안을 공람 공고하자 이에 대해 반대하는 토지소유자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해 9월 창신 1·2·3·4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10만7997.5㎡(3만2669평) 규모 중 소단위 정비방식으로 지정됐던 1구역과 2구역을 각각 일반정비형 구역으로 변경하고 창신동 437-2번지 일원을 5구역(일반정비형)으로 새롭게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변경안을 발표했다.

재개발구역 외 창신동 463-1일대 일원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안도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창신 1구역의 경우 11개의 소단위로 나뉘어 개발하려던 계획이 1-1, 1-2 등 2개 일반정비형 구역으로 변경됐다. 또 2구역도 6개 소 단위에서 2-1, 2-2로 묶였다.

당초 서울시는 문화재(흥인지문)와 쪽방촌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여러 곳으로 나눠 개발하는 방식을 고시했지만 종로구가 이를 통합 개발로 변경한 것.

서울시는 지난 2022년 4월 창신1·2구역을 소단위 정비방식으로, 3·4구역은 일반정비형으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정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하지만 종로구는 2022년 7월 정문헌 구청장이 취임하자 소단위 구역을 통합해서 재개발 규모를 확대해 진행하는 것이 사업성이 높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 연합뉴스

이같은 종로구의 계획 변경에 대해 서울시 고시에 맞춰 재개발을 추진하던 토지 소유자와 시행사는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손실과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종로구가 통합 재개발로 변경을 추진하는 동안 재개발사업에 대한 인허도 절차가 보류됐다.

당초 소단위 개발 예정이었던 창신1~4구역의 한 토지 소유자는 "2022년 10월 종로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자로 지정 고시를 받고 12월 정비계획에 대한 인허가를 시작으로 5회에 걸쳐서 종로구청에 인허가를 신청했지만 정비계획 변경 발주의 배경을 이유로 인허가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토지 소유자 B씨는 "기존 서울시 고시안 수립에 17년이 걸렸는데 종로구의 정비계획 변경 추진으로 5년 이상 정비사업 인허가가 지연되게 생겼다"며 "향후 정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에서 확정될 때까지 각종 비용을 토지소유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창신1~4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시행사도 사업 계획 변경에 부정적이 입장이다.

시행사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고시한 내용을 믿고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종로구청이 단독으로 용역을 두 차례나 진행했다"며 "종로구청이 제시한 변경안은 과다한 정비기반 시설 부담으로 서울시 고시안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려 17년간 창신동 주민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들로부터 자문과 종로구 및 서울시의 유관부서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서울시 고시안이 사라질 판"이라며 "원안의 내용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신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결정도. / 서울시

한편, 종로구는 2023년 2월 서울시 재개발 지침이 정비구역 규모를 크게 해서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달 구의회 의견 청취를 마무리하고,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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