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운 결과였습니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 1위 김원호–서승재 조가 덴마크오픈 16강에서 무너졌습니다.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켜온 두 선수가 단 36분 만에 세트를 내주며 패배했다는 소식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의 경기력은 늘 안정적이었고, 상대가 누구든 흔들림이 거의 없었기에 이번 결과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경기는 10월 16일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16강전이었습니다. 상대는 말레이시아의 누르 모드 아즈린 아유브–탄 위키옹 조로, 세계랭킹 24위의 팀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김원호–서승재 조가 압도적인 우세였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언제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날만큼은 세계 1위의 조합도 흔들렸습니다.
1게임 초반까지만 해도 흐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승재의 날카로운 드라이브와 김원호의 네트 플레이가 잘 맞아 떨어지며 연속 득점으로 앞서갔습니다. 하지만 13-13 동점 상황에서 갑자기 흐름이 끊겼습니다. 단 몇 분 사이에 4점을 연달아 내주며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죠. 이후 16-20까지 끌려가던 두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연속 3점을 따내며 1점 차로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한 포인트를 내주며 아쉽게 19-21로 첫 세트를 내줬습니다.

문제는 2게임이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이 흔들렸고, 랠리가 길어질수록 실수가 늘었습니다. 특히 서승재의 리시브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서 상대의 빠른 공격에 계속 휘둘렸습니다. 한때 11-12로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이후 6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결국 14-21로 세트를 내주며 그대로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경기 시간은 고작 36분. 그동안 보여왔던 이들의 집중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생각하면, 팬 입장에서는 믿기 어려운 결과였습니다.
두 선수의 패배가 더 충격적인 이유는, 올해 보여준 행보가 너무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올해 1월 처음 복식 조를 결성했습니다. 즉, 이제 겨우 7~8개월밖에 함께 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괴물 조합’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2025 시즌에만 13개 국제 대회에 출전해 무려 8번의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것도 작은 대회가 아닙니다. 최고 등급 대회인 슈퍼 1000 시리즈(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3회, 슈퍼 750 시리즈(일본오픈, 중국 마스터스) 2회, 그리고 슈퍼 500 코리아오픈과 슈퍼 300 독일오픈, 그리고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말 그대로 올해의 ‘완전체’ 복식 조였습니다.

그런 그들이 덴마크오픈 16강에서 랭킹 24위 조에게 0-2로 패했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력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겹친 결과로 보입니다.
첫째, 체력적인 피로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쉴 틈 없이 세계 각지를 돌며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9월까지 13개 대회를 소화했다는 것은, 경기 외에도 이동과 시차,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덴마크오픈은 유럽 코트 특유의 ‘공의 무게감’과 ‘바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상대의 분석력입니다. 이미 김원호–서승재 조는 전 세계 팀들이 철저히 분석하는 ‘타깃’입니다. 이번 말레이시아 조 역시 초반부터 공격 루트를 예리하게 공략했습니다. 특히 김원호의 백코트 사이 공간을 집중적으로 노렸고, 서승재가 네트 앞으로 나올 때마다 역공을 시도하며 흐름을 끊었습니다.

셋째, 심리적인 부담감도 작용했을 겁니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은 자랑스러운 동시에, 경기마다 ‘지면 안 된다’는 압박을 줍니다. 실제로 1세트 중반 이후 두 선수 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고, 공격 타이밍이 예전보다 소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런 패배가 두 선수의 커리어에 큰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의 패배는 더 큰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시즌 중반 이후에는 체력 저하나 집중력 문제로 예기치 못한 패배를 겪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그리고 어떤 교훈을 얻는가가 진짜 실력의 기준입니다.
팬들이 김원호–서승재 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기기 때문이 아닙니다. 경기마다 보여주는 ‘투지’와 ‘팀워크’ 때문입니다. 한 포인트라도 더 잡기 위해 몸을 던지고,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괜찮아, 다음이야!”라고 외치는 모습. 그게 바로 두 선수의 매력입니다.
이번 덴마크오픈 탈락으로 시즌 9번째 우승 도전은 무산됐지만, 그들의 여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월에는 HSBC 월드투어 파이널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계 상위 8팀만 초청받는 그 대회에서, 두 선수는 다시 한 번 정상 자리를 노릴 겁니다.
김원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경기가 쉬울 순 없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이번 패배를 통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서승재 역시 짧게 덧붙였습니다.
“다음 대회에선 우리다운 경기를 보여드릴게요.”
두 선수의 말처럼, 이번 패배는 끝이 아니라 ‘점검의 시간’입니다. 그들은 이미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본 경험이 있습니다. 다시 올라가는 방법도 알고 있죠. 중요한 건, 잠깐의 흔들림 속에서도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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