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갈 때 미리 약국 들러야 하는 이유

이 사진을 보라. 인천국제공항 안에 들어선 약국에서 파는 상비약 가격표다. 똑같은 약인데 시내에 있는 약국과 비교해 훨씬 비싸다.

무려 최대 80% 가격이 높은 걸로 악명이 높은데. 그래도 출국 직전 혹시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공항 약국에서 무지하게 비싼 상비약을 사 본 왱구님들 많을 것 같다.

공항 약국은 여행객들 상대로 왜 이리 가격을 올려치는 걸까. 유튜브 댓글로 “왜 공항 약국 가격은 비싼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공항에서 파는 약 가격이 비싼 이유 첫째. 약국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 구체적인 임대료 액수가 궁금해 국회의원실을 통해 인천공항에 입점한 8개 약국의 임대료 자료를 몽땅 받아봤다.

먼저 공항 약국 8개의 평균 월 임대료는 세금을 제외하고 약 4300여만 원 수준. 한국 약국의 평균 임차료가 300만~7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금액이다.

그런데 특이한 건 약국 간 임대료 격차가 엄청 크다는 점이다.가장 비싼 곳은 월 7858만 원이었는데, 가장 싼 곳은 142만 원에 그쳤다. 똑같은 공항 내 약국인데 55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

임대료가 이렇게 천차만별인 이유는 뭘까. 바로 접근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3층 출국장에 있는 약국들의 임대료는 비싸지만, 유동인구가 적은 지하 1층이나 셔틀트레인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탑승동 약국의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위치한 매장의 매출이 높고, 아닌 곳은 매출이 낮게 나타납니다. 가령 각 터미널 지하와 탑승동에 위치한 약국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실제로 임대료가 가장 비쌌던 약국의 지난해 매출액은 42억 570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임대료가 가장 싼 곳의 매출액은 7억9300만 원에 그쳤다.

임대료와 매출액이 약국마다 달라도 공항 내 8곳의 약 값은 비슷비슷하게 다 비싼 상황이다.

둘째, 공항 약국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시내 약국과 다르기 때문.시내 약국들은 조제약 판매에서 발생하는 조제료로 수익의 60~70%를 충당하고 있다.

이에 조제약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일반 의약품을 저렴하게 판다. 고객을 일단 유인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공항 약국은 공항 내 병원과 가까운 단 2개 약국을 제외하면, 병원 처방에 따른 조제약 판매가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의약품 판매로만 수익을 얻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약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있다는 게 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셋째, 인건비. 공항 약국은 365일 연중무휴이고,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아무래도 시내 약국에 비해 더 많은 약사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약 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일반의약품은 원래 정가라는 게 없다. 약사법과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약국에서 판매 가격을 알아서 정하는 구조다.

이런 법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측도 공항 내 약 값을 직접 통제하거나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오히려 공사가 약국의 약 값을 직접 지정하거나 통제할 경우, 공정거래법 제40조에 따른 가격담합 및 제45조에 따른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처벌받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공항 내 식음료와 편의점 매장 등은 약국과 사정이 좀 다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들에게는 시내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한때 공항 식음료 매장은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악명 높았는데, 공사는 2016년 “시내와 동일 가격, 유사 브랜드의 서비스를 공급하겠다”며 일명 ‘창렬 업체’들의 계약 갱신을 해주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근데 식음료나 편의점 사업자는 약국과 달리 대부분 법인 사업자여서 시내 가격과 유사한 가격을 유지하는 공사 방침에 비교적 협조적이라고 한다. 공항 입점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한 거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곳의 공항 약국 입찰을 새롭게 진행했다. 각 약국별로 최대 30개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아무리 임대료가 비싸고, 인건비가 많이 든다고 해도 실제로는 서로 못 들어와서 안달인 거다.그만큼 돈을 잘 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찰한 곳 대부분이 공사가 애초에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임대료를 제시했다고 한다.

너무 비싼 공항 약 값, 법으로도 제지할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공항 약국들은 앞으로도 계속 비싸게 약을 팔 거고, 현명한 소비자들이 알아서 미리미리 약을 챙겨 사 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