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면 발이 시려 잠이 안 오신다면.." 자기 전 15분 '이것'이 잠 부르는 이유

잠들려면 몸속 체온이 살짝 내려가야 하고, 그러려면 손발 혈관이 열려 열이 빠져나가야 합니다. 자기 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은 이 과정을 돕는 가장 싼 방법이며, 당뇨가 있다면 물 온도를 꼭 재야 합니다.

이불 속에 누웠는데 발이 시려 한참을 뒤척이는 50~60대가 많습니다. 양말을 신어도 그때뿐입니다. 이런 분에게 수면 전문가들이 권하는 것이 자기 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입니다. 돈이 들지 않고 15분이면 끝납니다.

잠이 들려면 몸속 깊은 체온이 평소보다 살짝 내려가야 합니다. 그 열은 손발의 피부 혈관이 넓어지면서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발이 차갑다는 것은 혈관이 닫혀 있어 열이 못 나간다는 뜻이고, 그래서 잠이 늦어집니다. 발을 데우면 혈관이 열리고 열 발산이 시작됩니다.

서울대 연구팀의 작은 실험에서는 양말을 신고 잔 사람이 7.5분 빨리 잠들고 32분 더 잤습니다. 족욕은 같은 원리를 더 적극적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언제, 몇 도에, 몇 분을 해야 하는지와 당뇨가 있는 분이 꼭 지켜야 할 것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발이 차면 잠이 안 오는 이유

사람의 체온은 저녁부터 서서히 내려가 새벽에 가장 낮아집니다. 이 하강이 잠을 부르는 신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몸속 열을 내보내는 출구가 손과 발의 피부 혈관인데, 여기가 넓어져야 열이 빠져나가고 심부 체온이 떨어집니다.

발이 차가운 사람은 이 출구가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몸은 열을 못 내보내고 체온이 안 떨어지니 뇌는 아직 잘 때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발이 시린 밤에 잠이 안 오는 것은 느낌이 아니라 생리 현상입니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도 발을 따뜻하게 하면 열 발산과 심부 체온 저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발을 데우면 역설적으로 몸속은 식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초 혈관의 반응이 둔해지고 근육이 줄어 열 생산이 적어집니다. 50~60대에 발 시림과 불면이 함께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양말 하나로도 달라졌던 실험

서울대 연구팀이 2018년 생리인류학 학술지에 발표한 실험에서는 건강한 젊은 남성 6명이 실내 23도에서 양말을 신고 잔 날과 안 신고 잔 날을 비교했습니다. 양말을 신은 날 잠드는 데 걸린 시간이 평균 7.5분 짧았고 총 수면 시간은 32분 길었으며 깨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참가자가 6명뿐이라 모두에게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스스로 느끼는 수면의 질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발 온도가 잠드는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방향은 분명히 보여 준 실험입니다.

양말이 그 정도라면 발을 직접 데우는 족욕은 더 빠르게 혈관을 열어 줍니다. 수면 전문가들은 발이 실제로 차가운 사람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불면증의 입증된 치료법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족욕은 발이 시려 잠이 늦어지는 사람에게 잘 맞는 방법이지, 모든 불면을 해결하는 약은 아닙니다.

잠들기 1~2시간 전이 맞는 때

족욕은 자기 직전보다 잠들기 1~2시간 전이 좋습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 일단 체온이 살짝 오르고, 그 뒤 혈관이 열린 상태에서 열이 빠져나가며 체온이 내려가는 흐름이 잠자리에 들 때 맞춰집니다.

자기 직전에 뜨거운 물로 하면 체온이 올라간 채로 누워 오히려 잠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여름철 열대야 대처법에서도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샤워나 족욕을 권하는 이유가 같습니다.

저녁 식사 직후는 피합니다. 소화에 피가 몰리는 시간이라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식사 뒤 한 시간쯤 지나서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하면 15분이 금방 갑니다. 다만 스마트폰 화면의 밝은 빛은 잠을 쫓으니 족욕 시간에는 화면을 멀리하는 것이 효과를 살립니다.

잠 부르는 족욕 순서

표의 다섯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입니다. 뜨거울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체온보다 조금 따뜻한 정도가 혈관을 열기에 충분하고, 너무 뜨거우면 피부가 상하고 오히려 각성됩니다.

시간은 15분 안팎이면 됩니다. 30분 넘게 담그면 피부가 불고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물이 식으면 따뜻한 물을 조금 더 붓되 온도가 급히 오르지 않게 합니다.

발목 위 종아리 아래까지 잠기면 종아리 혈관까지 열려 효과가 큽니다. 깊은 대야나 족욕기를 쓰면 편합니다. 소금이나 입욕제는 필수가 아니고 피부가 예민하면 오히려 피합니다.

끝난 뒤 발을 찬 공기에 그대로 두면 혈관이 다시 닫힙니다. 물기를 닦고 바로 양말을 신어 따뜻함을 유지한 채 잠자리로 가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물 온도, 손으로 재면 안 되는 사람

당뇨가 있거나 말초신경병증,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분은 발의 온도 감각이 둔해져 있습니다. 손으로는 적당해 보여도 발은 데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은 반드시 온도계로 물 온도를 확인하고 40도를 넘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당뇨 환자가 족욕이나 전기장판으로 저온 화상을 입는 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화상이 생겨도 통증을 못 느껴 늦게 발견되고, 상처가 잘 낫지 않아 큰 문제로 번집니다.

족욕 전후에 발에 상처나 물집, 색이 변한 부위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상처가 있으면 족욕을 하지 않고, 작은 상처라도 낫지 않으면 병원에 갑니다.

당뇨 환자는 족욕 시간도 10분 안팎으로 짧게 하고, 끝난 뒤 발가락 사이까지 물기를 꼼꼼히 닦아 무좀과 감염을 막습니다. 의사가 족욕을 권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먼저 물어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족욕 뒤에 할 일

물기를 닦은 뒤 발과 종아리에 보습제를 바릅니다. 따뜻해진 피부가 수분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발뒤꿈치 갈라짐이 심한 분은 이때 바르는 보습제가 가장 잘 스며듭니다.

종아리와 발목을 가볍게 늘려 주면 좋습니다. 벽에 손을 대고 한 발을 뒤로 뻗어 종아리를 20초 늘리기, 앉아서 발목을 천천히 돌리기 정도면 충분합니다. 밤에 다리에 쥐가 나는 분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양말은 발목을 조이지 않는 면이나 울 소재가 좋습니다. 압박스타킹을 수면용으로 쓰는 것은 의사 지시가 없는 한 피합니다. 발목에 자국이 남을 만큼 조이는 양말은 혈관을 막습니다.

족욕 뒤 물을 한 컵 마시면 땀으로 빠진 수분을 보충하고 밤사이 혈액 농도가 진해지는 것을 줄여 줍니다. 다만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분은 양을 조절합니다.

대야가 없을 때 대신할 수 있는 것

족욕이 번거로운 날은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며 발과 종아리에 따뜻한 물을 오래 끼얹는 것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 온도는 역시 뜨겁지 않게, 몸이 데워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수면 양말은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발목을 조이지 않는 느슨한 면 양말이나 울 양말을 신고 누우면 발의 혈관이 닫히는 것을 막아 줍니다. 서울대 실험에서 효과를 본 것도 양말이었습니다.

핫팩이나 전기장판을 발에 직접 대고 자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자는 동안 온도를 조절할 수 없어 저온 화상 위험이 있습니다. 꼭 쓴다면 이불 속을 미리 데운 뒤 끄고 눕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종아리를 가볍게 주무르거나 발가락을 오므렸다 펴기를 스무 번쯤 하는 것도 발의 혈류를 올려 줍니다. 누워서 할 수 있어 가장 부담이 없습니다.

족욕을 해도 발이 시리다면

족욕과 양말로도 발이 계속 차갑다면 혈관이나 신경 문제를 확인할 때입니다. 한쪽 발만 유독 차갑거나, 통증과 저림, 피부색 변화가 함께 있다면 말초동맥 질환일 수 있으니 혈관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따뜻한 방에서도 늘 발이 시리고 피로와 체중 증가가 함께 있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빈혈도 손발 시림의 흔한 원인입니다.

근육이 줄면 몸에서 열을 만드는 공장이 작아집니다. 하체 근력 운동과 걷기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것이 발 시림의 근본 대책이라는 것이 한의사들의 설명이기도 합니다.

잠자리 환경도 함께 봅니다. 침실 온도 18~20도, 습도 50~60%가 적당하고, 발 쪽에만 얇은 담요를 하나 더 덮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의가 필요한 경우

당뇨, 말초신경병증, 말초동맥 질환, 심한 하지정맥류가 있는 분은 족욕 전에 담당 의사에게 해도 되는지와 온도, 시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발에 상처나 염증, 무좀이 심한 상태에서는 족욕을 하지 않습니다.

족욕 중 어지럼이나 두근거림이 생기면 바로 중단하고, 한쪽 발만 차갑고 아프거나 색이 변하면 응급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른 방법은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시기 바랍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발이 시려 잠이 안 오는 밤에는 잠들기 1~2시간 전 체온보다 조금 따뜻한 물에 15분 발을 담그고 양말을 신고 눕는 것이 돈 안 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당뇨가 있다면 온도계부터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