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가 상향 승부수… '쩐의 전쟁' 고려아연 대응책은

이한듬 기자 2024. 9. 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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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도 반격 나설 채비 마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도 제출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그래픽=김은옥 기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했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당초 설정한 공개매수가격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가격을 높여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고려아연으로 향한다. 남은 공개매수 기간 동안 어떤 대응책을 내놓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기존 가격보다 13.6% 오른 것이다.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2만원에서 25% 오른 2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3일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선언한 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공개매수 선언 직전일 55만6000원이던 주가는 이튿날 66만6000원으로 치솟았고 20일에는 73만5000원까지 뛰었다. 지난 23일과 24일에는 소폭 하락음에도 70만원대를 유지했다. 영풍정밀 주가 역시 약 1만원에서 2만2750원으로 폭등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주가 상승에 따라 영풍과 MBK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주주들이 현재 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개매수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낮아서다.

MBK 측은 당초 "이번 공개매수 대상은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라며 66만원도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버텼다.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공개매수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고려아연 주가 급등으로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지자 MBK가 주주들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매수가를 인상한 것으로 관측된다. 기관투자자가 공개매수에 청약한다면 저가 매도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 2070만3283주 중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입되는 비용은 최소 1조802억원에서 최대 2조2686억원이다. 이는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 그래픽=강지호 기자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최대 물량 확보 기준 3000억원이다. 영풍이 전날 MBK 측에 3000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한 것도 이를 감안한 자금지원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쩐의 전쟁'이 본격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는 10월4일까지 진행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항할 수 있는 기간은 5거래일이 남는다.

업계에서는 최 회도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고려아연이 지난 24일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오는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대항공개매수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다.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백기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추석연휴를 전후로 아시아지역 출장길에 올라 글로벌 기업들과 연쇄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만나 신사업 협력 과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4일엔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상기술은 자회사 켐코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이차전지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에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인수 금지 또는 원상 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외국인이 직접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자금대여나 출연 등을 통해 과반수 이상 임원 선임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해외 인수합병으로 본다. 적대적 M&A와 해외로의 매각을 막기위해 '역공'을 펼쳤다는 분석이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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