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BIFF] 마츠시게 유타카 "고독한 미식가 인기? 다큐 매력 때문 아닐까요" (종합)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
(MHN스포츠 부산, 장민수 기자) '혼밥'의 대명사.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가 영화와 음식, 한국에 대한 애정을 담은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부산에 들고 왔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맛있는 음식을 소개할까.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 초청작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배우 겸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2012년 1월 첫 방송 이후 시즌 10까지 시리즈를 이어온 일본의 인기 심야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이다.
영화로 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마츠시게는 "일본 TV 업계가 좋은 환경이 아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일본 드라마 자체에 자극이 있어야 한다 생각했고, 그럼 이걸 영화로 만들자 생각했다"라고 계기를 밝혔다.
다만 처음부터 직접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다. "좀 다른 피를 넣고자 했다"라며 영화 '도쿄!'(2008)에서 함께 했었던 봉준호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었다고. 그는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에도 인기가 있으니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무모한 편지를 보냈다. 일정상 같이하긴 어렵지만 완성 기다린다고 하셨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님이 기대하신다니 해야겠다 싶었다. 근데 다른 감독이 하느니 내가 하자 생각했다. 리더십 갖고 TV드라마 팀을 성장시키는 것도 재밌는 시도가 되겠다 싶었다"라고 연출을 맡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극적 사연 없이 혼자 식사를 하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한 노인에게 부탁받은 국물의 맛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실제 맛집을 찾아 음식을 먹는 장면을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한 드라마와는 당연히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많았다.
마츠시게는 먼저 드라마의 특징에 대해 "절반은 다큐다. 실제 음식점 방문하고 실제 주인이 만들어준 요리를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다. 스태프들에게도 한 번에 승부 봐야 한다고 말한다. 먹는 순서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찍어야 한다. 깨끗하게 완식하고 다큐로서 성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소개했다.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라는 골격의 이야기를 잘 짜고 다양한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 전개하고 회수하는 기법을 잘 지키려고 했다. 지금까지 드라마와는 완전 다른 작업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영화의 테마는 수프 찾기다. 한국과 일본 수프의 차이를 실제 한국과 부산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았다. 푸드 코디네이터와 함께 탐방했다"라며 "영화 모티프로 황태해장국이 좋을 것 같아 사용하게 됐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요리전문가와 한국의 여러 식재료로 맛을 실험했다"라고 픽션이 가미된 부분을 소개했다.
극의 배경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전개된다. 황태해장국, 각종 밑반찬 등 한국 음식은 물론, 한국 배우 유재명의 출연도 반가운 요소다.
먼저 한국 음식에 대해 그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한국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가까운 곳이라 인식했다. 어른이 된 후 한국에 왔더니 부산은 해산물 식재료 쓴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했다. 채소도 비슷한데 맛을 내는 방식이 달랐다. 근데 맛있었다. 바다 건너면 이렇게 다르구나 충격받았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유재명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극을 한국 중심으로 찍으려고 했기에 가능하면 한국 배우와 연기하고 싶어서 많이 찾아봤다.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유재명 배우를 보고 너무 좋아졌다. 바로 관계자들에게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생각한 배우가 같이 해주셔서 기쁘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분이 웃음 자아내는 피크다.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영화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다. 최고의 성과인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2년간 이어진 드라마는 일본과 한국은 물론, 중국, 대만 등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평범한 아저씨가 특별한 사건 없이 음식을 먹는 장면이 왜 그리도 많은 인기를 얻게 됐을까.
마츠시게 역시 "12년 전 처음 드라마 만났을 때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었다"라고 지금 같은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인기가 있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른다"라면서도 "억지로 맛있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공복인 아저씨가 맛있게 먹는다는 다큐와 같은 점이 여러 (자극적인) 요소에 질리고 거부감 느낀 분들께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짐작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수많은 한 끼를 '혼밥'으로 해결한 마츠시게 유타카다. 그에게 식사란, 또 혼밥이란 어떤 의미일지 들어봤다.
그는 "먹는다는 건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행위다. 대충 함부로 하지 않는다.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식문화 경험하면서 맛있게 먹는 게 여행의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단 한 순간도 일본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혼밥이라는 것이 드라마 나오기 전에도 쓸쓸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좀 다르다는 걸 알았는데 드라마 덕에 혼밥이 부끄럽지 않게 됐다는 말 듣고 감사했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면서 "고로는 혼자 먹는다고 하지만 가게에서 다른 사람의 반찬 궁금해하기도 하고, 요리하는 사람을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한다. 처음 방문한 가게에서 음식 나올 때까지 두근거리는 그 시간까지 고로는 모놀로그로 혼자 말한다. 혼밥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괜찮다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혼밥 맛있게 하고 나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다음에 같이 가자 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람도 전했다.
끝으로 그는 "나는 처음에 연극으로 시작했다. 영화를 찍고 싶어서 이 업계에 들어오긴 했다. 근데 영화 찍으려면 자금 모으기도 쉽지 않고, 여러 이유로 연극으로 빠지게 됐다. 그래도 영화에 대한 동경은 늘 있었다"라며 "맛있게 먹는 배우로서 기회를 얻고 결국 영화감독까지 하게 된 걸 보면 기적이다"라고 영화제에서 감독으로서 영화를 소개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금 61세인데 남은 인생이 길지 않다. 즐거운 도전할 수 있었다는 점이 힘들었지만 재밌었다"라고 돌아보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이어진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내년 3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사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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