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연구개발비용에 5조원을 넘게 쓴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고도화된 주행보조(ADAS) 기술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용처가 ‘고속도로 주행보조 플러스(HDA+)’일 가능성이 커졌다. HDA+ 적용이 본격화될 경우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상용화 실패로 비판을 받았던 현대차의 명예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계획은 26일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공개됐다. 당시 ‘현대자동차 스마트 드라이빙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유지한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센터장(전무)은 “고속도로에서 핸즈오프가 가능한 수준의 고도화된 주행보조(ADAS) 기술을 올해 제네시스 G90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진입 후 일정 조건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유 전무의 이 같은 발언은 2025년 11월 발표된 현대차의 투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이 중 50조5000억원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등에 활용된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구개발비용은 약 5조5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6% 증가했다. 유 전무 체제의 자율주행개발센터는 2025년 스마트폰으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제어하는 기술 개발에 참여한 기록이 있다. 그 외 자율주행개발센터의 연구개발 성과는 별도로 사업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완전 자율주행을 준비하기 위한 자체 비용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 전무가 언급한 고도화된 ADAS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2024년 기아 신차발표회 전시 차량을 통해 소개했던 ‘HDA+’와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24년 11월 스포티지 부분변경 출시 행사를 열었던 기아는 전시 차량 내 HDA+에 대해 “운전자가 전방을 보고 있으면 일부 구간에서는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없이 주행을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기아 관계자는 당시 “양산 직전의 차량이다”며 HDA+의 구체적인 적용 시기에 대해 말을 아꼈다.

만약 HDA+ 또는 다른 명칭의 고도화된 ADAS가 상용화될 경우 HDP 상용화 실패로 비난을 받았던 현대차그룹 전체의 체면을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부터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 등에 3단계 자율주행 기술로 평가받았던 HDP를 적용하려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무산됐다.
다만 올해 G90에 적용될 신규 ADAS 기술은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과 비교하면 적용 범위 측면에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 감독형 FSD의 경우 G90 기술과 유사한 수준의 ‘2단계 자율주행’으로 평가받지만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 자동 조향이 가능하다.
G90에 탑재될 신규 ADAS의 경우 아직 상황에 따라 자동 차선 변경이 가능한지 밝혀지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자동 차선 변경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보조 2(HDA2)’ 등을 이미 구현했지만 해당 기능은 운전자의 방향지시 레버 작동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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