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환청 부르는 조현병 정복 가능할까

문세영 기자 2024. 10. 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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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으로 인한 환청은 뇌의 두 가지 이상 현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제공.

과학자들이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정신질환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환청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했다. 기존 약물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조현병 신약까지 70년만에 등장하면서 조현병 정복을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 비정상적인 사고와 감정, 행동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조현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환청, 뇌에서 일어난 2가지 이상 현상 탓 

톈싱 뉴욕대 중국 상하이캠퍼스 신경·인지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파를 연구해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환청 발생 이유를 확인했다고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조현병으로 환청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다. 가령 자신이 머릿속에서 혼자 떠올리는 생각과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구분하지 못해 자신의 생각을 외부에서 들려온 것으로 착각한다. 

연구팀은 환청이 있는 조현병 환자 20명과 환청이 없는 조현병 환자 20명의 뇌파를 측정하는 뇌전도 검사를 수행해 환청이 들리는 원인 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환청은 뇌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이상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나는 환자 스스로 만들어낸 소리를 억제하지 못하는 ‘수반 발사 이상’,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마음의 소리를 더욱 강렬한 소음으로 전환하는 ‘원심성 신경 복사 이상’이다. 

사람이 특정 행동을 취할 때 뇌의 운동영역은 운동 명령 신호를 보낸다. 이때 감각계로 수반되는 신호를 ‘수반 발사’라고 한다. 말할 준비를 할 때 뇌의 운동영역에서 말을 하도록 운동 명령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마음속 소리는 억제하도록 만드는 수반 발사가 일어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청 환자들은 수반 발사가 고장 난 상태이기 때문에 마음속 소리를 억제하지 못한다. 

'원심성 신경 복사'는 뇌의 운동영역에서 운동 명령을 내릴 때 뇌가 생성하는 신경 신호다. 근육을 움직이라는 신호와 별도로 생성된 원심성 신경 복사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든 움직임과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움직임을 구분하도록 돕는다. 환청 환자는 원심성 신경 복사에도 이상이 생겨 자신이 만든 감각과 외부로부터 들어온 감각을 혼동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더욱 강렬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오류가 일어나면서 환청을 듣게 된다.  

연구팀은 “뇌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이상 현상이 청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이를 표적 삼아 환청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70년만 조현병 신약 등장, 비싼 약값·잦은 투약은 한계 

조현병의 생물학적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950년대 이후 약 70년만에 조현병 신약도 등장했다. 미국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새 조현병 치료제인 ‘코벤피’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용 승인을 받았다. 

1950년대 초까지 조현병 환자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거나 전전두엽을 드릴로 손상시키는 비인간적인 수술을 받았다. 이후 마취제 용도로 개발된 ‘클로르프로마진’이 조현병 환자의 증상 호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로르프로마진이 조현병 치료에 쓰이게 됐다. 이 약은 환각, 망상 등 조현병 증상과 연관된 도파민 방출을 줄여 치료 효과를 낸다. 

코벤피는 클로르프로마진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코벤피는 신경세포와 다른 세포 사이에 신경전달물질 신호를 전달하는 뇌 단백질인 ‘무스카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무스카린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환각 등을 일으키는 도파민 방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인지 및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뇌 회로도 조절할 수 있다. 클로르프로마진보다 포괄적인 치료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조현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 코벤피는 조현병 주요 증상들을 줄여주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으며 부작용도 기존 약물 대비 감소했다. 

코벤피의 한계점도 있다. 하루에 2회 투약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환자가 정확히 투약을 지속하는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 코벤피 예상 가격은 연간 2만 달러(약2620만원)로 비싸다는 점도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코벤피가 무스카린 수용체에 관여하는 차세대 조현병 치료제 후보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투약 횟수, 가격 등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약물들이 앞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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