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경기 강행한 그들은 왜 실격 논란에 휘말렸나...KLPGA는 제 식구 감싸기 '급급'

이태권 기자 2024. 10. 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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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사진┃STN뉴스 손진현 기자

[여주=STN뉴스] 이태권 기자 = 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리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에서 때 아닌 실격 논란이 불거졌다. 그 대상이 우승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이어서 더 관심이 집중됐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3일 열린 대회 첫날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 대회 2라운드에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펼친 2개 조가 일몰로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회 경기위원회는 법정 일몰 시간인 18시 09분을 기준으로 혼을 울릴 예정이었다. 실제로 사이렌이 울렸으나 무슨 일인지 경기가 재개됐다. 이후 경기위원회는 이로부터 5분 뒤인 18시 14분에 혼을 다시 한번 올렸다.

KLPGA투어 송이라 치프 레프리(경기위원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기를 당일 끝내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 법정 일몰시간이 아닌 가시적으로 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인 가시 일몰까지 경기를 진행시켰다"고 설명했다. 송 치프 레프리에 따르면 18시 09분에 울린 사이렌은 오작동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당시 필드에는 16번 홀 그린에 윤이나가 있었고 17번 홀에서는 박현경 등 그 앞 조의 2명이 선수가 남아있었다. 이에 현장에 있던 경기위원이 선수들에 사이렌 오작동에 관한 설명을 인지시키는 과정에서 오인이 있었다.

이후 마지막 조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황유민이 18번 홀 티샷을 마쳤고 마지막 조의 아너인 박도영이 17번 홀에서 티샷을 하기 전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 소리를 들은 박도영은 어드레스를 풀었으나 이내 주위에서 "무시하고 치라고 했어" "천천히 하자"는 소리를 듣고 샷을 날렸다. 이는 포탈 사이트에 등록된 제24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R 풀영상 part2 [제24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R] 5시간 02분 30초 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윤이나가 티샷을 날렸다. 김민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윤이나. 사진┃STN뉴스 손진현 기자

여기서 티샷을 날린 박도영과 윤이나는 실격 처리가 돼도 원칙적으로 할 말은 없다. 골프 규칙 5.7b (2) 일반적인 중단(일몰 또는 플레이할 수 없는 코스 상태로 인한 경우) '모든 플레이어가 홀과 홀 사이에 있는 경우 그 플레이어들은 반드시 플레이를 중단하고 위원회가 플레이를 재개시킬 때까지 다른 홀을 시작하기 위한 스트로크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있다. 혼이 울리자 어드레스를 푼 박도영의 행동이 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주변에서 "무시하고 치라고 했어" 등의 소리가 잡힌 것을 감안할 때 박도영 등 선수들은 KLPGA 경기위원으로부터 혼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다만 어떤 식으로 안내가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마지막 조와 별개로 앞 조의 황유민, 박현경, 김민선7의 경우 황유민이 혼이 울리기 전 티 샷을 했기때문에 골프 규칙 5.7b) 중 홀을 플레이 중인 경우에 해당돼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해당 홀을 마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를 강행했다고 해서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편 KLPGA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대회 최종라운드인 6일 미디어 프리핑을 열고 "미스 사이렌 등 기기 오작동으로 혼이 2번 울리면서 경기 중단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잘못 이해해 벌어진 상황이었다"고 입장을 밝히며 "일몰에 의한 플레이 중단이라는 예외적인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부득이한 일이며 경기위원회의 규칙 설명에 대한 선수의 규칙 오인으로 인한 상황으로 판단하여 페널티가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브리핑 현장에 있던 송이라 치프 레프리는 "당시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경기 중단에 대한 안내를 한 경기위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개인 프라이버시라 알릴 수 없다"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자연스레 당시 선수들에게 경기 일몰에 대한 안내가 정확히 어떤식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알 턱이 없게 됐다.

KLPGA는 "당시 한 명의 선수라도 중단 사이렌이 울리기 전 경기가 스타트 됐다면 동반 선수들은 사이렌이 울린 이후에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히며 "이를 선수들이 사이렌이 울려도 플레이할 수 있다고 오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송이라 치프리는 "사이렌을 잘못 울린 것 등 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은 통감한다. 사이렌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손이 많이 아프다"는 모호한 답변을 늘어놓으며 "추후 절차를 밟아 책임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며 브리핑을 마쳤다.

이번 대회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총상금이 15억원 규모로 열렸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 걸맞지 않은 석연찮은 경기 운영으로 '김 빠진 맥주'가 되는 모양새다.

STN뉴스=이태권 기자

agonii@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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