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흔들림 없다?…헤지펀드 거물 ‘美만 버틴다, 글로벌은 위험’”
신흥국 직격탄…전쟁 장기화 땐 글로벌 침체 경고
금리 인하 기대 후퇴…인플레 여전히 상방 압력
“AI보다 기업 구조 재편”…증시 상승 동력 진단
뉴욕 비판 속 마이애미 투자 확대…자본 이동 신호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시타델을 이끄는 억만장자 켄 그리핀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중동 전쟁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견딜 수 있지만, 글로벌 경제는 침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기반은 지역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체질 변화가 이런 낙관론을 지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확대된 데다 셰일 혁명을 통해 사실상 에너지 독립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면서 유가 상승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리핀 CEO는 “프래킹 기술은 미국 경제의 궤적을 바꿔놓은 혁신”이라며 “지금의 충격 흡수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방어력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신흥국은 에너지 공급 차질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며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고 결국 미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이 겹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리핀 CEO는 “미국 경제는 기술 혁신과 에너지 구조 덕분에 단기 충격을 견딜 수 있다”면서도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불균형 심화, 정책 환경 변화가 맞물릴 경우 현재의 시장 낙관론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핀 CEO는 최근 증시가 전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을 넘어선 ‘기업 구조 재편’을 지목했다. 그는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AI 자체보다 기업들이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며 “물류, 생산, 의사결정 전반에서 효율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미국은 이미 수년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유가 상승은 단기 요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구매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그 주장이 상당히 약해졌다”며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고용 변화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일부 직업이 이미 빠르게 대체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간 경력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일자리 유출 당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재교육과 전환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그리핀은 뉴욕 시장 조란 맘다니와의 갈등 속에서 마이애미 투자 계획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마이애미로 가서 건물 계획을 수정했고, 더 큰 오피스 빌딩으로 만들기로 했다”며 “뉴욕 시장이 내 파트너들, 특히 뉴욕 파트너들에게 분명히 보여준 것은 우리가 마이애미에 대한 베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맘다니 시장은 지난달 공개된 바이럴 영상에서 뉴욕의 ‘세컨드 하우스(pied-à-terre)’ 세금 신설안을 설명하며 그리핀이 보유한 2억3800만달러 규모의 센트럴파크 사우스 펜트하우스를 언급했다. 이 주택은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주택 거래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리핀은 해당 영상을 세 차례 봤다며 “소름 끼치고 이상했다(creepy and weird)”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시카고의 치안 문제와 시 행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본사와 자신의 거주지를 마이애미로 옮긴 바 있다. 그는 “맘다니가 나와 뉴욕시에 하는 일을 보면 과거 시카고에서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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