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림수’에 말려든 IAEA 수장… 북핵제재 무력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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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핵 통제 기구의 수장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해온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기조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새롭게 만든 정강정책 중 외교안보 정책 관련 조항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문구를 삭제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핵 통제 기구 수장마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 안보에 현실적인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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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탄두 30~50개로 추정
대화중단에 통제불능 될수도”
北은 핵보유 인정받기 총력
비핵화 정책기조 흔들릴 위기
한반도 안보 대변화 가능성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국제 핵 통제 기구의 수장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해온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기조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또한 유엔 등 국제사회가 핵 개발을 이유로 수행해 온 북한에 대한 제재도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린 핵 보유국 인정과 핵 군축을 목표로 한 대화로 전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점에 대해서는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그로시 총장은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된 이후 국제사회의 대화 시도가 없었고, 그 뒤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상당히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는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30개 혹은 50개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북한은 국제 핵 안전 기준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없는 광대한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를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매우 신중하고 외교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핵 안전 문제가 가능한 대화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비핵화가 아닌 군축으로 자연스럽게 북한과의 대화 주제가 변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로시 총장은 이어 다른 국가들도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근본적이고 불안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중국과 미국이 핵에 투자하고 러시아가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 개정을 공식화하고 나선 상황을 짚은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새롭게 만든 정강정책 중 외교안보 정책 관련 조항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문구를 삭제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핵 통제 기구 수장마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 안보에 현실적인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핵 보유국 인정과 핵 군축 흐름이 굳어질 우려가 있다.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구소가 발간한 ‘2024 미국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연애편지’ 교환 등을 통해 북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영구적인 유예를 얻어내려고 할 것으로 봤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런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과 종전을 선언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로시 총장의 발언으로 실질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각종 제재도 무력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무분별한 제재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IAEA의 북핵 결의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미 종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는데,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이 같은 러시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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