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초가공식품 더 많이 먹는다?
- 영국 20만 명 대상 분석, 채식·비건이 초가공식품 더 먹어
- 초가공식품의 원재료 함량 및 첨가물 점검해야
채식주의 하면 ‘건강’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매칭된다. 실제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건강을 이유로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선택한 채식주의가 도리어 건강을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바로 ‘초가공식품’의 섭취 빈도 때문이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은 일반적인 가공식품과 다르게 보는 또 하나의 분류다. 건강한 식단을 위해서는 자연 신선식품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원재료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가공이 들어간 식품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빵이나 과일 주스, 냉동 채소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초가공식품은 인공적인 성분, 첨가물, 보존제 등을 포함해 만드는 음식들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가공식품의 정의를 보다 세부적으로 나누기 위한 용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채식주의나 비건을 지향한다고 해도, 식단에 초가공식품이 포함된다면 그로 인한 폐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증가하는 채식주의, 주된 이유는?
202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채식주의를 따르는 인구는 약 3% 정도다. 숫자로 하면 대략 150만~200만 명 정도에 해당한다. 가장 엄격한 수준의 채식주의인 ‘비건’의 경우, 약 1%~1.5%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50만~80만 명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1년 기준 5%~8% 정도(약 4억~6억 명)가 채식주의자라고 추정한다. 비건 인구는 1%~2%(약 8천만~1억6천만 명) 정도로 본다. 특히 최근 동향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 비건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서구 국가들의 고기 소비 감소에 관해 진행됐던 한 연구에 따르면, 주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더 건강하게 먹기 위해’, 두 번째는 ‘보다 윤리적으로 먹기 위해’, 마지막 세 번째는 ‘고기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 초가공식품 자주 먹어
국제 학술지 「e 클리니컬 메디신(e Clinic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된 바에 따르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공중보건 담당 팀에서 영국 바이오뱅크로부터 20만 명의 데이터를 확보해 식습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공중보건팀은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과 프랑스 국제 암 연구소와 협력해, 영국 채식주의자들의 가공식품 섭취 경향을 조사했다.
공중보건팀은 이 연구를 통해 채식주의자와 비건이 고기를 먹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초가공식품을 먹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보통 채식주의라 하면 과일과 채소, 견과류나 씨앗류 등 자연식품을 주로 먹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바에서는 시리얼, 국수, 콩고기, 비건 피자와 같은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고기를 먹는 게 덜 해로울 수도
초가공식품에는 맛과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또는 보다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첨가물이 사용된다. 맛이 좋을 수는 있으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초가공식품에 비하면 오히려 고기를 섭취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고기는 보통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것을 중요시하므로 가공이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신선한 고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육류 중에서도 소시지나 베이컨 등 고도의 가공이 가해지는 육류는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된다. 또한, 신선한 고기라 해도 고기 자체의 종류나 품질, 조리법 등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중보건팀은 실제로 연구에서 육식을 포함하는 사람들이 초가공식품을 덜 먹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채식이나 비건을 지향하면서 초가공식품을 더 먹는 것과, 육류를 포함한 식사를 하면서 초가공식품을 덜 먹는 것. 둘 중 건강상 어느 쪽이 더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초가공식품 셀프 점검하기
물론 초가공식품이라고 해서 모두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초가공식품의 범위는 매우 넓고, 그 제조법도 천차만별이다. 원재료의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첨가물로는 무엇을 얼마나 썼는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원료 함량이 높고 첨가물을 최소화해 만드는 경우도 분명 있다.
공중보건팀에서 연구한 20만 명의 데이터는 표본으로서 충분히 크고 의미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채식주의자나 비건주의자가 초가공식품을 많이 소비한다고 일반화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또한, 국가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포인트다.
즉, 핵심은 어떤 식단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식생활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그 초가공식품은 어떤 재료를 얼마나 써서 만들어졌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은 늘 경계하고 절제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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