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31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군 전쟁 대학 졸업식에서 던진 한 마디가 터키 방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도 스틸돔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선언이었죠.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닌, 터키가 수년간 공들여온 독자적 방공 시스템 개발의 결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순간이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틸돔은 방공 시스템을 다층화하고 모든 센서와 무기가 서로 통합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주로 단거리 로켓과 박격포탄 요격에 특화된 것과 달리, 터키의 스틸돔은 저고도부터 고고도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방공 체계를 지향한다는 의미입니다.
NATO 불신이 낳은 터키의 독자 행보
터키가 스틸돔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NATO 동맹국들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사일 방어 분야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컸죠.

이런 좌절감은 결국 터키가 러시아제 S-400 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는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F-35 전투기 프로그램에서도 제외당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터키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습니다. 서방의 무기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적인 방위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죠.
스틸돔은 바로 이런 터키의 "방산 독립" 의지가 집약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늬만 터키산 방공시스템
터키는 "스틸돔은 터키 방산업계의 정점에 있는 아셀산(ASELSAN)과 로켓산(ROKETSAN), 그리고 터키 과학기술연구원(TÜBİTAK SAGE)이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집약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다양한 방공 무기들을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코르쿠트 저고도 방공포, 히사르-A+와 히사르-O+ 중단거리 미사일, 시페르 장거리 방공 미사일, 그리고 최신 레이저 무기인 곡베르크까지 다양한 무기 체계들이 인공지능의 통제 하에 유기적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에 목표물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레이더와 전자광학 시스템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하늘의 보호막" 역할을 하게 되죠.
특히 주목할 점은 AI가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요격 방안을 결정하고, 여러 무기 체계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자동으로 선택해 운용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터키는 이러한 기술을 모두 독작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외신에서는 외국의 기술을 도입해서 개발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터키 스틸돔 프로젝트의 주요 업체들인 ASELSAN, ROKETSAN, TÜBİTAK SAGE, MKE는 현지 하청업체들에 의존하면서도 필요시 외국 공급업체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터키산 제품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외국 업체들의 참여를 가능한 한 낮은 프로필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SAMP/T 방공 시스템 기술과 부품으로 개발되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첫 해외 고객으로 관심 표명
2024년 인도 디펜스 전시회에서 아셀산 CEO 아흐메트 아킬은 스틸돔을 해외에 본격 공개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샤프리 샴소에딘 국방장관이 이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죠.

아킬 CEO는 "통합적이고 다층적인 방공 솔루션이 인도네시아를 위한 아셀산의 주력 솔루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관심은 우연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의 도서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긴 해안선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터키의 스틸돔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아우르는 360도 방어망
스틸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까지 포괄하는 통합 방어 체계라는 점입니다.
곡데니즈 해상 근접 방어 시스템(CIWS)이 해군 함정에 탑재되어 터키의 "블루 홈랜드"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죠.

블루 홈랜드 정책은 터키가 "우리 주변 바다는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며,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처럼 지중해에서 강력한 해군력을 갖겠다는 정책입니다.
또한 터키가 개발한 휴대용 방공 미사일인 SUNGUR와 이동형 시스템들이 지상군과 연계되어 현장에서 유연한 방공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2025년 2월 로켓산의 무라트 이킨치 총괄 매니저는 안탈리아에서 열린 글로벌 방위산업 전략 컨퍼런스에서 "스틸돔 시스템의 생산이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완성되어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터키가 이론적 개념을 넘어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을 곧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슬람 세계의 새로운 방산 허브로 부상하는 터키
터키의 스틸돔은 단순히 하나의 무기 시스템을 넘어 이슬람 세계에서 터키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서방 기술의 결정체라면, 터키의 스틸돔은 이슬람 국가들이 서방에 의존하지 않고도 첨단 방산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죠.
실제로 많은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여전히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스라엘제 무기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의 스틸돔은 기술적으로는 서방 수준에 근접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없는 대안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터키는 이미 드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리비아 등에서 실전 검증을 받았습니다.
스틸돔이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실전 배치된다면, 터키는 드론에 이어 방공 분야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이슬람 세계는 물론 제3세계 국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여서 한국의 방공망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