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였던 ‘나홀로 아파트’의 반란, 1년 새 4억 뛰었다
인프라 ‘무임승차’ 단지 주목…“환금성 낮아 신중 접근해야”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아파트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던 300세대 미만 '나홀로 아파트'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비슷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소규모 단지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대단지에 비해 거래량이 적고 환금성이 낮은 만큼 섣부른 접근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곳곳에서 300세대 미만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나홀로 아파트'의 약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3개 동(296세대) 규모의 동작구 제일 전용 60㎡는 지난해 3월 8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27일 12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새 4억원 오른 신고가를 기록했다. 가구 수가 233세대에 불과한 사당롯데캐슬2차 역시 전용 84㎡가 이달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성북구에서는 192세대(6동) 규모의 돈암해피트리 전용 84㎡가 이달 10일 9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고 200세대도 안 되는 소규모 단지지만, 인근 대단지인 한신한진의 가격이 오르자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서구 가양동의 나홀로 아파트인 빛고을우방 전용 59㎡도 지난 8일 9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접 단지인 강나루현대2차보다 역과의 거리가 멀어 2억원 이상 벌어졌던 가격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나홀로 아파트의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 광진구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는 중곡1단지(270세대)로, 한강변에 위치한 대단지인 현대프라임(1592세대)과 동일한 15건을 기록했다. 서초구에서도 1개 동으로 구성된 반포 엠브이(154세대)가 15건 거래되며 3000세대가 넘는 반포자이(16건)와 거래량 차이가 단 1건에 그쳤다.
나홀로 아파트는 그동안 환금성과 단지 내 인프라 부족 문제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3707개) 중 300세대 미만(1~2동 규모) 단지는 42.2%(1565개)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집값 상승에 있어서는 대단지가 시세를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내 대단지에서는 더 이상 '알짜 매물'을 찾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수요와 집값이 낮은 소규모 단지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대단지 인근의 소형 단지를 택하는 '실속형 매수'가 확산되고 있다.
입지 따라 성패 갈려…대단지 옆 '나홀로'만 오른다
주목할 점은 소규모 아파트 중에서도 대단지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입지의 아파트가 유독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대단지 상가와 교통, 학군 등을 사실상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재건축이 추진될 경우 간접적인 수혜 기대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거주 만족도 측면에서도 대단지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소형 단지 현대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2022년 부동산 급등기 이후 한때 가격이 하락했지만, 최근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맞아 가격이 매섭게 오르고 있다. 이곳 단지는 156세대(2동)의 소형 단지지만, 인근에 중대형 단지인 래미안강동팰리스(999세대)가 위치한 데다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는 점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단지의 전용 60㎡ 최고가는 2022년 5월 9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7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8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다만 모든 나홀로 아파트가 유망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세대 수가 적어 거래가 드물고, 사업성 또한 낮아 재건축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역세권과 거리가 멀거나 재건축 가능성이 낮은 이른바 '외딴섬 아파트'는 여전히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서초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던 신반포20차와 한신타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반포20차는 지난해 3월 이후 거래가 끊겼고, 한신타운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거래가 성사된 매물이 없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매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공포)가 커지자 '나홀로 아파트'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며 "다만 소규모 단지는 하락기에 가격 조정이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입지와 환금성을 따져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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