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수준이 제법인걸”…굿즈·완구 덕후들 오픈런 부르는 이곳은

키덜트족 성지된 이마트 토이킹덤
게임존 만들어 붙잡아두기 전략도

이마트가 최근 진행한 스타필드 수원 하이큐 팝업. 이마트.

서울 노원구에 사는 미혼 직장인 박찬규 씨(33)는 주말마다 집 근처 이마트 월계점에 있는 160평(약 529m2) 규모 ‘토이킹덤’을 찾는다. 이곳에서 틈틈이 프라모델을 사 모을 뿐 아니라 토이킹덤 내 게임존에서 1000~2000원을 내고 ‘포켓몬가오레’를 즐기기 위해서다. 포켓몬가오레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즐긴다고 알려진 포켓몬스터 아케이드 게임이다.

박씨는 “요새 키덜트족들에게 이마트는 장보는 공간을 넘어서 주말 여가의 핫플”이라며 “마치 생활의 루틴처럼 짬 내어 한 번씩 머리 식히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최근들어 장난감, 오락을 좋아하는 키덜트(Kid+Adult)들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저출산 시대를 기회로 삼자’는 역발상으로 키덜트들을 겨냥한 굿즈, 완구, 게임존 등을 잇달아 선보이면서다.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이마트 키덜트 관련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대비 크게 늘어났다. 지난 1월 1일부터 올해 10월 10일까지 건담은 41%, 프라모델은 34%, 완구자판기는 27% 매출이 증가했다. 그중 올 1~8월 기준 전국 매출 2위인 월계점의 경우 지난해 2월 완구 매장 ‘토이킹덤’에 키덜트 대상 체험형 게임기를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마트 용산점 완구 매장. 이마트.

이마트 월계점에서 만난 완구 매장 직원은 “최근 30-40대가 직접 매장을 찾아와 신중히 고르고 구매하는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개발 요청하거나 구해달라는 일도 늘고 있고, 레고 신제품이 출시되는 매월 초에는 성인 고객들의 ‘오픈런’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 대표 점포 10곳은 용산점, 김해점, 월배점, 의정부점, 왕십리점, 월계점, 영등포점 등 10곳이다. 이마트는 지난 7월 중순 용산점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총 9개 점포에 키덜트들을 겨냥한 ‘원신’ ‘하이큐’ ‘스파이패밀리’ 등 애니메이션 굿즈 상품도 새로이 론칭했다. 원신은 팝업스토어 오픈런을 일으킨 바 있는 모바일게임, 하이큐는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이 가운데 이마트 하남점, 고양점, 안성점 내 토이킹덤 9월 매출은 지난해 대비 8.1%가 늘었고, 방문 고객수는 20% 가량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9월 키덜트 취향을 반영한 인기 애니메이션 굿즈존을 도입한 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마트 이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일부점에서만 카드게임과 랜덤 피규어 중심의 소규모 굿즈존만 운영 중이다. 이마트처럼 정식 완구 매장 내에서 캐릭터 단위 굿즈 매장·게임존을 아우르고 있진 않다.

이마트 측은 키덜트 제품 판매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운영 점포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용산점 완구 매장. 이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