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매대·어두운 조명·무인 주차장…입점 상인도 폐점 일정 몰라 혼란

최근 매출 부진과 임대료 협상 실패로 홈플러스가 전국 점포 15곳 추가 폐점을 발표한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 관리 부실과 폐점 일정 불투명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할인 행사에도 빈 매대와 불 꺼진 조명, 축소 운영으로 인한 서비스 불편이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가 하면 주차장·냉방시설 등 기본 안전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폐점 세일에도 소비자 발길 ‘뚝’…관리 부실에 소비자 불편 가중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내달 1일 폐점을 앞둔 경기 안산의 홈플러스 선부점은 ‘최대 90% 할인’이라는 대대적인 세일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매장 안은 한산했다. 곳곳에 비어 있는 매대와 불 꺼진 조명, 찾아보기 힘든 직원들로 인해 휑한 분위기만 연출됐다.
지하 2층부터 1층까지 이어지던 매장은 관리 인력이 줄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겼고, 고객 수가 급감하면서 일부 층에선 냉방시설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안전 요원조차 배치되지 않았고, 주차장 곳곳엔 쓰레기와 새 똥으로 추정되는 오염물질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소비자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직장인 안혜인(28·여) 씨는 “폐점 세일 소식을 듣고 친구와 일부러 찾았지만, 물건은 거의 없고 조명도 어두워 장을 보기 불편했다”며 “폐점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마지막까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의 기본적인 태도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 선부점 내 메가커피 등 일부 입점 매장은 이미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계산대 인력도 크게 줄어 결제 과정조차 원활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남은 물건이라도 편히 사가자는 기대감을 갖고 찾아왔지만, 사실상 ‘빈 껍데기 세일’에 그쳤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폐점 대상 매장으로 발표된 시흥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폐점 예정 매장으로 발표됐음에도 구체적인 폐점 시기가 안내되지 않아 고객과 상인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매장은 여전히 고객들로 붐비고 있으나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일부 식당가는 이미 영업을 중단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입점 상인들조차 언제 문을 닫는지조차 모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점포 폐점 시기는 통상 3개월 전에 통보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홈플러스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일정을 미루고 있다. 시흥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혜지 씨(39·여·가명)는 “폐점을 한다고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몰라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며 “본사 방침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단골 고객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흥에 거주하는 박제형 씨(51·남)는 “이 근처에 대형마트는 여기 하나뿐이라 자주 이용했는데, 직원들에게 물어도 정확한 폐점 날짜를 모른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단골로 이용한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마지막만큼은 좀 더 성의 있는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짜 자산 매각’ 후폭풍…애꿎은 소비자·입점 자영업자까지 피해 전가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 사태는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레버리지 인수’ 구조가 위험을 안고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체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했고, 직접 투입한 자금은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인수 후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와 채무 상환을 위해 멀쩡한 점포를 팔고 알짜 매장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충당했다. 영업이익이 나면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고, 나머지는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결국 매출 급감과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이번 폐점으로 홈플러스 매장 수는 102개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10년 전 141개에서 40곳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실적 하락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MBK 인수 당시 약 8조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7조원 이하로 추락했고, 2016년 31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3년 3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MBK파트너스가 과거 네파, 모던하우스, 영화엔지니어링 등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은 논란을 키운다. 네파는 인수 후 합병과정에서 매년 200억~300억원의 이자를 부담하며 자금난에 시달렸고, 영화엔지니어링은 경쟁력 악화 끝에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사모펀드식 단기 차익 회수 전략이 홈플러스에도 고스란히 반복된 셈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특히 우려되는 점은 소비자 안전과 상권 혼란이다. 관리 부실로 냉방과 조명조차 정상 가동되지 않는 매장은 안전사고 위험을 높인다. 주차장 안전 요원 부재, 축소된 인력 배치로 인한 혼잡 등은 실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입점 상인들 또한 폐점 시기를 알지 못해 영업을 이어가거나 정리할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등 피해가 고스란히 떠안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시장 불황이 아닌 사모펀드의 경영 전략 실패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BK파트너스가 기업을 인수할 때부터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였던 만큼 투자 회수 압박이 컸다”며 “알짜 자산 매각으로 단기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와 직원, 입점 상인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구조다”고 분석했다. 이어 “폐점 과정에서조차 소비자 안전과 상권 안정성을 무시한다면 기업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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