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탄도미사일 3천기 넘게 보유…'중동 최대 규모'
4월·이달초 걸쳐 이스라엘에 수백발 소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받은 이란이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이란이 동원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종류와 규모 등 미사일 능력에 관심이 모인다.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 외신 보도와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고는 중동 최대 규모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980∼1988년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가속화했다.
이란은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순항 미사일 수천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자국산이다. 다만 상당수는 북한과 러시아 미사일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유형별 미사일 보유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당국은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3천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란이 중동에서 가장 많은 수의 탄도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거리가 최대 2천㎞에 달해 이란 중부에서 직선거리로 1천600여㎞에 있는 이스라엘은 물론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지역 내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멀리는 동·남유럽과 인도까지도 타격 가능하다.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 가운데 사거리는 2천㎞ 안팎으로 이스라엘 본토 타격이 가능한 것은 샤하브-3, 에마드, 가드르, 세즈질, 호람샤르 등이 꼽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고속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에 닿는 데 12∼15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그래픽뉴스로 이스라엘에 도달 가능한 자국 미사일 9종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시속 1만7천㎞로 2천5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세즈질, 사거리 2천㎞인 카이바르, 사거리 1천400㎞인 하즈 가셈 등이 포함된다고 ISNA는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의 비정부기구인 군비통제협회(ACA)는 이란 탄도미사일 가운데 세즈질의 사거리는 1천500∼2천㎞, 에마드-1은 2천㎞라고 추정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에는 자체 개발했다는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1'을 공개하기도 했다. 혁명수비대가 발표한 제원에 따르면 파타흐-1은 마하 13∼15의 속도로 날아가 최장 1천400㎞ 거리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란은 이들 미사일을 지난 4월과 이달 1일 이스라엘 공격에 동원했다.
이란은 지난 4월 주시리아 대사관 영사부 피습의 보복으로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면서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장 드론 등 320기를 사용했다.
또 이달 1일에는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지도자 암살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폭사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했다.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 공격에 에마드, 가르드를 비롯해 최신형 탄도 미사일 카이바르 셰칸과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1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특히 파타흐-1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었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파타흐-1를 실제로 사용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전문가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파비안 힌츠 연구원은 발사 위치와 각도, 사거리 등을 토대로 이란이 1일 이스라엘 공격에 고체연료 미사일과 액체연료 미사일을 같이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고체연료 미사일은 하즈 가셈, 카이바르 셰칸, 파타흐-1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과 CNN도 당시 이란 미사일 일부가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었으며 이는 파타흐-1 등 4월 공격 때보다 빠른 미사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무기 전문가 트레버 볼 등은 이란이 파타흐-1를 썼다고 거짓 선전을 했을 가능성 있다고 CNN에 말했다. 또 여러 전문가는 파타흐-1이 타격 단계까지 초음속을 유지하는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실질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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