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벵골만의 작은 나라 방글라데시가 갑자기 한국산 잠수함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6척이나 되는 장보고급 개량형 잠수함을 2조 7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말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기술로 잠수함 기지까지 지어놓고, 중국제 소형 잠수함 2척을 운용하고 있던 나라인데 말입니다.
중국과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한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국 중 하나였습니다.
중국은 방글라데시에 항만, 도로, 발전소는 물론 해군 기지까지 건설해주며 친중 국가로 만들어갔죠.
2023년 완공된 'BNS 페쿠아' 잠수함 기지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기지는 중국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최첨단 시설로, 잠수함 6척과 전투함 8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벵골만의 핵심 거점입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중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중국제 소형 잠수함 2척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것입니다.
소형이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첨단 무기 체계나 기술 이전 측면에서 중국이 생각보다 인색했다는 점이 큰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성공 사례가 보여준 가능성
방글라데시 해군 수뇌부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인도네시아의 사례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을 도입해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단순히 완성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술 이전과 현지 조립을 통해 자국의 조선업과 방산업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방글라데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의 장보고급은 독일 HDW의 검증된 Type 209/1400 설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더해진 걸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기술 이전에 있어서 중국보다 훨씬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방글라데시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자국 방산업의 발전이었는데, 한국이 바로 그 해답을 제시한 셈입니다.
백상어 어뢰와 해성 미사일의 위력
한국이 제안한 패키지는 단순히 잠수함만 파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산 중어뢰 '백상어'와 잠대함 순항미사일 '해성-3'까지 포함된 완전체였습니다.

백상어 어뢰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어뢰로, 적함을 확실하게 격침시킬 수 있는 위력을 자랑합니다.
해성-3 미사일은 더욱 놀라운데, 잠수함에서 발사되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적함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무기입니다.
이런 무기들을 탑재한 장보고급 잠수함 6척이면 방글라데시 해군의 전력은 단숨에 지역 강국 수준으로 올라섭니다.
인근의 인도나 미얀마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해상 억지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블루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꿈
방글라데시가 한국산 잠수함에 눈을 돌린 더 근본적인 이유는 '블루 이코노미' 전략 때문입니다.
방글라데시는 벵골만에 풍부한 해양 자원이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석유, 그리고 각종 광물자원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원을 제대로 개발하고 지키려면 강력한 해군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중국제 소형 잠수함 2척으로는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효과적으로 수호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장보고급 6척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들 잠수함은 벵골만 전체를 작전 반경으로 하여 방글라데시의 해양 주권을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습니다.
기술 이전이라는 달콤한 제안
한국이 제시한 조건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바로 기술 이전과 현지 조립 옵션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단순히 완성품을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핵심 부품을 조립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방글라데시의 조선업과 방산업 발전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국은 이런 기술 이전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었습니다.
핵심 기술은 중국이 독점하고, 방글라데시는 단순히 사용만 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한국은 방글라데시가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지정학적 균형 잡기의 고민
방글라데시의 선택 뒤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도 숨어 있습니다.

중국에만 의존하다 보니 인도와의 관계가 미묘해졌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한국산 잠수함을 도입함으로써 방글라데시는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좀 더 균형 잡힌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인근 인도의 견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것을 경계했는데, 한국이라는 제3의 파트너가 등장하면서 인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한국 방산업계에게는 새로운 기회
이번 계약은 한국 방산업계에게도 엄청난 의미를 갖습니다.
2조 7천억 원 규모의 대형 수출이라는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방산업체들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화오션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이어 방글라데시까지 한국산 잠수함을 선택하면서, 한국의 잠수함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가 됐습니다.
이는 앞으로 다른 국가들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도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실용주의가 승리한 선택
결국 방글라데시의 선택은 냉철한 실용주의의 승리였습니다.

중국의 달콤한 제안에 현혹되어 시작한 관계였지만, 실제 경험해보니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검증된 기술력과 함께 상대방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십을 제안했습니다.
20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방글라데시는 단순히 무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사는 셈입니다.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과 함께 방글라데시는 벵골만의 새로운 해양 강국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그들의 푸른 바다 꿈이 현실이 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