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루비콘 강 건넌 75년 동맹… 영풍-고려아연, 예고된 결별

최유빈 기자 2024. 9. 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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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이들의 결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경영은 75년간 이어졌다.

두 사람은 장씨 일가가 영풍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경영하기로 약속했다.

영풍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로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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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분쟁 막전막후] ③ 3세대 접어들며 불협화음 시작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경영이 75년 만에 막을 내렸다. 사진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이들의 결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대를 이어오며 두 집안의 교류가 뜸해졌고 두 회사의 덩치 차이가 커지면서 독립경영 유인이 커진 영향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경영은 75년간 이어졌다. 1949년 장병호, 최기호 창업주는 영풍기획사를 공동 창업했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를 설립한 뒤 1974년 고려아연을 세웠다. 두 사람은 장씨 일가가 영풍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경영하기로 약속했다.

2세 경영까지도 잦은 사업교류 등을 통해 공동으로 사업을 이어 왔다. 1990년대부터 장형진 고문이 영풍을 경영했고 최창걸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을 이끌었다.

두 집안의 동업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교류가 전혀 없던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다. 2022년 취임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임기 시작부터 신재생에너지·2차전지소재·리사이클링 사업을 포괄하는 '트로이카'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고려아연과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영풍과 마찰을 빚었다. 무차입경영 기조를 고수해온 영풍은 고려아연의 공격적인 투자와 부채 확대에 우려 의사를 드러냈다.
고려아연-영풍 동업 연대기. /그래픽=김은옥 기자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차입금은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1조410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고려아연이 신주발행을 단행하면서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사업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화, LG화학, 현대자동차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자신들과 상의 없이 신주발행을 밀어붙였다며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이 우호 지분 확보로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고 판단해 지분 매입으로 맞대응했다.

양측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안과 정관변경안을 놓고 사상 첫 표대결을 벌이며 정면으로 맞붙었다. 배당안건은 고려아연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됐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의 의안은 부결됐다. 유증 안건은 출석 주식의 과반인 53.02%가 찬성해 사실상 고려아연의 판정승으로 평가됐다.

서린상사 경영권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금속 제품을 유통해 온 회사다. 최대주주는 고려아연으로 최씨 일가 지분이 66.7%지만 경영은 영풍(지분 33.3%)이 맡아왔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관계를 정리하고 서린상사 이사진을 자신들의 사람들로 채웠다. 이로써 75년 동업을 청산하고 본격적인 독립 경영에 나섰다.

영풍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로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MBK 파트너스는 영풍 장씨 일가 소유의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향후 영풍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할 예정이다.

장 고문은 "지난 75년간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이제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MBK파트너스와 같은 기업경영 및 글로벌 투자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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