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기숙사 여학생 더듬더듬…6명이나 농락한 '탈북민 아버지'
가해 목사 "맹장염 확인한 것…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나" 발뺌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3년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김승정) 심리로 '아시아의 쉰들러' 천기원 목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천 씨는 1999년 중국에서 '두리하나 선교회'를 설립해 중국 내 탈북자들의 탈출을 도운 인물이다. 그가 20여년 동안 한국·미국 등지로 인도한 탈북민이 1000여명에 달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9년엔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 '두리하나 국제학교'를 서울 방배동에 세웠다. 그러나 천 씨가 이곳에서 미성년자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천 씨는 첫 공판에서 "추행도 아니고, 추행의 고의도 없으며 성적 학대 행위도 아니"라고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다.
'아시아 쉰들러' 목사, 미성년자 6명 성추행 혐의…"잠 깨웠을 뿐"
2023년 9월 14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부장검사 김은미)는 천 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강제추행·준강제추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천 씨는 2022년 12월 학교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16세 학생을 추행하는 등 2016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13~19세 피해자 6명을 8회에 걸쳐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모두 탈북자 또는 탈북자의 자녀였다. 수년간 이곳에서 지냈던 피해자 A 양은 2022년 12월 낮잠을 자다가 누군가 가슴을 더듬어 화들짝 일어났던 소름 끼치는 일을 겪고 결국 2023년 자퇴했다.
상대는 천 씨였다고. A 양은 "점심시간 때 올라와서 침대에 걸터앉아 (침대) 커튼 안쪽으로 손을 넣은 뒤 가슴이랑 배 쪽을 만졌다"며 바로 앞에 친구가 있었는데도 천 씨가 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A 양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이런 접촉이 수시로 있었고, 다른 친구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A 양은 자퇴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고. A 양 어머니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방학 끝나고 학교 갈 때가 돼서 데려다주려고 하니까 아이가 울면서 거부하더라. 밤에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밖에도 안 나갔다"고 딸의 트라우마를 전했다.
사과를 요구받은 천 씨는 "아마 그날 다른 뭐 때문에 너희들을 깨우러 간 거다. 넌 일부러 만지러 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에 A 양이 "그런데 가슴에 왜 손 넣었냐"고 따지자, 천 씨는 "너한테 그랬다는 건 생각이 안 난다"면서 "은혜를 그런 식으로 갚냐"고 되레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예쁘다는 표현인 줄" 그루밍당한 피해자들, 방문만 잠갔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천 씨는 2016~2017년경 여자 기숙사 방에서 당시 13세였던 B 양의 배를 쓰다듬다가 바지 안쪽에 손을 집어넣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두 차례 더 몸을 밀착시키고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등 3회 성추행·성적 학대했다.
2018년엔 학교 복도에서 C 양의 옆구리를 감싸 안고, 2019년엔 여자 기숙사 방에서 13세 D 양의 배를 쓰다듬다가 하의 허리춤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2022년 12월엔 A 양을 성추행했으며, 2023년 1월에도 여자 기숙사 방에 누워있던 15세 E 양의 이불 속으로 얼굴을 집어넣고 추행했다. 같은 해 4~5월쯤에는 여자 기숙사 방에서 F 양의 배를 감싸 안고 가슴까지 쓰다듬은 혐의도 받는다.
성추행이 주로 일어난 곳은 학생들이 잠자고 생활하는 공간인 기숙사였다. 피해자들은 "만날 때마다 허리나 엉덩이를 토닥이고 만지니까 예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냥 실수인 줄 알았다", "우리를 좋아해서 그랬나 보다. 목사님이 잘 몰라서 그런다고 이해하고 바로 잊어버렸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무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스스로 외면하며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천 씨의 심리적 지배 상태에 놓인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방문을 잠그거나 화장실로 피하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부적절한 접촉을 목격한 피해자의 어머니조차도 항의하지 못했다. 한 어머니는 "아이 어깨를 주물럭 하는 걸 몇 번 봤다. 근데 (딸이) '엄마 학교 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나 목사님 눈 밖에 나면 안 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간 묵묵히 참아왔던 피해자들은 천 씨가 10살 남짓한 동생들에도 손을 뻗었다는 사실에 결국 그를 고소하기로 했다고.
한 피해자는 "우리는 그래도 되는 애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너무 싫고, 소중한 우리 몸을 만진 대가를 꼭 받게 하고 싶다"며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천 씨는 2010년 강간‧횡령 등 혐의로 한 차례 고소당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증거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천 씨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이후 '두리하나 국제학교'의 초등과정 대안교육 위탁 교육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이 학교에서 초등 과정을 이수하던 학생 10여명은 대부분 원래 입학했던 학교로 돌아갔으며, 학교에 지급됐던 예산 일부도 환수됐다.
"막지 못해 미안" 70대 교사의 사과…천 씨는 "맹장염 확인한 것"
이 학교에서 10년간 근무한 70대 교사도 아이들이 당한 피해를 직접 증언하고 싶다고 나서기도 했다.
교사는 "(천 씨가 애들) 귀에 뽀뽀하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걸 보면 '저건 아닌데' 싶었다"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감싸는 주변 반응 때문에 문제 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집사나 목사 사모 등 주변 인물들이 "저 애들은 아버지 사랑 없이 커서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다", "보수적으로 생각하시면 안 된다"며 천 씨를 감쌌다는 것이다.
이에 교사는 아이들이 지내는 기숙사를 지키려고 저녁 추가 근무를 자청하기도 했지만, 천 씨의 부적절한 접촉을 막지 못한 점을 자책했다.
천 씨가 여자아이를 무릎에 앉히는 모습을 본 한 할머니가 아이 옆에 슬그머니 의자를 갖다준 적도 있다고 한다.
천 씨의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피해자 6명 중 2019년 13세 D 양의 경우, 배가 아프다고 했기 때문에 맹장염인지 확인하기 위해 배를 눌러봤을 뿐"이라며 "추행도 아니고 추행의 고의도 없으며 성적 학대 행위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피해자 5명을 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그런 행위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천 목사 측은 피해자들을 법정 소환해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피해자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법정 소환 혹은 해바라기 센터에서 조사할지 등 변호인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1·2심 '징역 5년'…천 씨 "피해자답지 않다" 여전히 범행 부인
지난 2월 14일 1심 재판부는 천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피고인은 교장이자 목사로 피해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에서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천 씨가 재차 성추행은 없었고, 맹장염인지 확인하려고 배를 만졌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8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관련 기관 5년 취업 제한 등을 함께 선고했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명령하지 않았다. 앞서 징역 13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했다.
지난 7월 16일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홍지영·방웅환·김형배)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천 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천 씨 측은 일부 피해자가 추행 직후 일상적으로 행동한 것을 두고 "피해자답지 않다"며 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피고인의 아내가 예뻐하는 애들만 챙겨줘서 밉보이지 않으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동일하게 했다"며 "통상의 피해자와 다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진술의 합리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아울러 천 씨 측은 추행 상황을 재연한 영상 등을 제출하며 정황상 추행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황의 전제 등이 다르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천 씨는 여전히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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