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필요한 행사 줄여라” 삼성전자, ‘반도체 50주년’ 행사 백지화 [비즈360]
‘보여주기 식’ 행사 지양…비용절감 등 차원
파운드리 악화에 글로벌 포럼도 온라인으로
원조 핵심인 메모리 사업 집중으로 방향 전환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오는 12월 7일로 반도체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추진하던 오프라인 행사를 백지화했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으로 부임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의 조용한 리더십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강점인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부터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부진 속 연이어 행사 축소…“‘보여주기 식’ 없다”=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12월 중 개최 예정이던 ‘반도체 50주년’ 행사를 최근 전면 보류하고 백지화했다.
당초에는 평택·화성캠퍼스 등에서 오프라인으로 임직원들과 파트너사, 협력사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방향으로 기획 중이었으나 지난 5월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부임한 후 전면 스톱됐다. 주요 제품에서 경쟁사에 밀리는 등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나오면서 불필요한 행사를 줄이고 반도체의 ‘기본’인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자는 것이 전 부회장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묵묵하게 조용히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라며 “대외적으로 소위 ‘보여주기 식’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행사 일부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당초 독일 뮌헨과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에서 오프라인으로 열기로 했던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 행사를 최근 온라인 개최로 변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24일 온라인 형식으로 동시에 진행한다. 지난해 10월 뮌헨과 도쿄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했던 것과 상반된다. 이 역시 파운드리 사업 부진 속 비용절감 등을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사 파운드리의 기술적인 성취를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온라인 형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TSMC 날아오르는데…삼성, 고객사 유치 난항에 적자 눈덩이=TSMC는 올 하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올 3분기 7280억~7540억 대만 달러(30조2000억원~3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분기 대비 7.6~11.4%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올해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미 5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란 쉽지 않다.
TSMC가 엔비디아를 포함한 빅테크의 AI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싹쓸이’ 하고 있는 탓에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이 TSMC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3나노 공정 기반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긴 했지만, 이후 수율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TSMC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했고, 3나노 공정에서도 빅테크 고객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낮은 수율은 시스템LSI 등 다른 사업부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내년 갤럭시S25 시리즈에 자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3나노 2세대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저조한 수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HBM도 쉽지 않다…중국 ‘엔비디아 칩’ 금지령 여파 우려=AI 메모리의 핵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도 변수가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HBM3(4세대)를 탑재한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가 공급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H20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저사양 AI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HBM3(4세대)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HBM 매출은 전체의 10% 정도로 적지만, HBM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시장용 AI 반도체 공급이 막힌다면 당장 삼성전자의 HBM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엔비디아에 아직 HBM3E(5세대)를 납품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점도 부정적이다. 외신과 업계에서는 여러차례 공급설(說)이 나왔으나,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품질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12단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대량 양산에서는 선수를 빼앗겼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세계 최초로 12단 HBM3E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메모리에 더 주력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원조 핵심’ 사업부터 회복시키자는 차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최근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쇄신 및 투자 조절에 나섰다. D램과 낸드 등 주요 메모리 제품에서 다시 초격차를 이루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 신규 팹도 파운드리가 아닌 메모리 라인으로 변경했다. 또한 최근에는 파운드리 생산 라인 중 일부 선단 설비를 중단하는 ‘셧다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주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가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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