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있는 올웨더 타이어, 구매 가치 충분할까?(ft. 크로스 클라이밋 2)


‘20만3,130건’.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다(경찰청 통계). 그중 눈길로 인한 사고는 일반국도 165건, 지방도 138건, 고속국도 61건, 특별광역시도 463건, 시도 426건에 달한다. 같은 해 1월에는 수도권에 폭설이 내려 도로 위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듬해 1월에는 수도권의 한 고속도로에서 47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 여러 전문가는 눈길 교통마비, 사고의 이유로 윈터 타이어를 끼우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독일과 스웨덴, 핀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에서는 겨울철 윈터 타이어 장착이 의무다. 그중 독일은 해당 법규를 어기면 60유로(약 8만3,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윈터 타이어 관련 규제가 없다. 겨울용 타이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소비자도 종종 있다.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신차에는 올시즌 타이어가 들어간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름용과 겨울용 타이어의 중간 역할을 한다. 아메리칸 올시즌 타이어(American All-seaon Tyre)라고도 흔히 부른다. 겨울철에도 쓸 수 있도록 블록 모서리를 길게 마감하고, 여름용 타이어보다 사이프를 많이 넣어 비가 오거나 미끄러운 노면에도 대응할 수 있다.

순정 타이어로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끼운 제네시스 G80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올시즌 타이어를 흔히 쓴다. 그런데 올시즌 타이어는 기온이 영상 7℃ 아래로 떨어지면 타이어 고무가 굳는다. 때문에 겨울철에는 접지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른 계절보다 긴 제동거리는 덤이다. 그래서 사계절보단 ‘삼계절’ 타이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

참고로 올시즌 타이어는 미국에서 주로 쓰는 제품이다. 그중 캘리포니아 등 겨울에도 영상 20℃ 안팎의 날씨를 유지하는 지역에서 수요가 높다. 아메리칸 올시즌 타이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윈터 타이어는 영상 7℃ 이하에서도 고무가 굳지 않는 특수 고무 컴파운드 배합이 들어간다. 더불어 눈길 주행에 최적화한 트레드를 그려 차가운 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차를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재질을 쓴 만큼 승차감과 소음, 연비에서 손해를 본다. 때문에 겨울이 지나면 일반 타이어로 다시 바꿔야 한다. 하지만 타이어를 뺐다 끼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보관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최근에는 윈터 및 올시즌 타이어의 대안으로 올웨더 타이어가 주목받고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삼봉눈발(3PMSF, 3 Peak Mountain SnowFlake)’ 인증을 받아 겨울철에도 윈터 타이어 버금가는 성능을 낸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한국타이어 키너지 4S2,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 피렐리 신투라토 올시즌 SF2 등이 경쟁하고 있다.

눈길에서 경험한 올웨더 타이어, 실제 성능은?

지난 2월, 미쉐린이 주관한 ‘2023 미쉐린 윈터 익스피리언스’에 참가했다. 일본 북부의 훗카이도 시베츠현에 자리한 눈밭에서 미쉐린의 윈터타이어와 올웨더 타이어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를 끼운 캠리 E-Four 하이브리드와 아쿠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빙판과 눈길 슬라롬으로 구성한 코스를 세 번 운전하며 각 타이어를 평가했다. 이후 같은 타이어를 신은 아쿠아에 동승해 약 1㎞ 내외의 좁은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 2는 2015년 데뷔한 크로스 클라이밋의 2세대 버전. 고밀도 실리카와 카본 블랙 소재의 컴파운드를 넣어 다양한 기상 조건에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전작의 단점이었던 소음 문제를 개선했다. 참고로 크로스 클라이밋은 출시 이후 유럽에서 2,300만 대 이상 팔린 미쉐린의 효자 제품 중 하나다.

눈길에서 체험한 크로스 클라이밋 2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끈끈한 접지력을 바탕으로 시속 40~50㎞의 속도에서도 거침없이 눈을 헤쳐 나갔다. 슬라롬 구간에서는 약한 언더 스티어가 발생했지만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갔다. 정차 및 재가속 하는 과정도 매끄럽다.

크로스 클라이밋 2의 안정성은 중저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아쿠아의 운전대를 잡은 전문 드라이버는 시속 50~75㎞의 속도로 눈 덮인 언덕길을 공략했다. 굽잇길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확’ 꺾으며 코너를 돌아나갔다. 이따금씩 꽁무니가 미끄러졌지만 이내 바닥을 붙들며 자세를 잡았다.

크로스 클라이밋 2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면과 닿는 면에는 길쭉한 ‘V’자 모양 홈, 트레드 블록 모서리엔 사선 패턴을 새겨 높은 접지력과 배수 성능을 확보했다. 또한, 마모 진행 시 블록 뒷면에서 새로운 홈을 생성하는 ‘P-엣지(P-Edge)’를 넣었다. 트레드 블록이 닳아도 모양을 유지하는 ‘에버윈터-그립(EverWinter-Grip)’ 기술도 들어갔다. 윈터 타이어 버금가는 눈길 주행 실력을 갖춘 비결이다.

상용차를 위한 제품도 있다. 이름은 아질리스 크로스 클라이밋. 2019년 등장한 경상용차 전용 올웨더 타이어다. ‘V’자 형태 트레드 패턴을 그려 눈길 견인력을 높였다. 또한, 사계절 컴파운드와 깊은 3D 사이프, 사이드월 프로텍터를 넣었다. 덕분에 모든 노면에서 뛰어난 제동력과 내구성을 자랑한다. 트레드 마모 표시기를 새겨 편의성도 뛰어나다.

아질리스 크로스 클라이밋의 성능은 눈과 얼음으로 구성한 직경 40m의 원을 돌며 평가했다. 교보재는 토요타의 미니밴 하이에이스. 궤적을 유지하기 위해 운전대를 여러 차례 조작해야 했지만 깔끔한 원을 그리는 덴 성공했다. 뛰어난 접지력 덕분에 오버 스티어가 발생해도 빠르게 자세를 되찾았다. 제동할 때도 마찬가지.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밟아도 불안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제조사 혹은 타이어 명칭만 듣고 가격 걱정부터 하는 소비자도 있을 듯하다. 크로스 클라이밋 2의 가격은 17인치 기준 22만~27만 원이다. 프라이머시 MXM4(올시즌, 27만~29만 원)보다 저렴하다. 윈터 타이어인 X-아이스 스노우(29만~42만 원, 17인치 기준)와 비교해도 비용 부담이 덜하다. 사이즈도 15~19인치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직접 체험해 본 올웨더 타이어는 기대 이상의 눈길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슬라롬 구간에서의 안정적인 거동이 돋보였다. 윈터 타이어보다 저렴한 유지비용도 장점이다. 매년 겨울마다 타이어 바꾸러 가기 번거로운 소비자라면 올웨더 타이어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글 최지욱 기자( jichoi3962@gmail.com)
사진 각 제조사, 최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