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그림 그리며 들은 이야기 98%가 안좋은 이야기였지만···죽기 전까지 계속 그릴 것”
배우 하정우가 학고재에서 단독 전시를 연다. 학고재는 1988년 개관한 국내 주요 갤러리다. ‘옛것을 배워 새것을 만든다’는 학고창신(學古創新)의 개관 이념에 맞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중시하는 전시 기획을 주로 해왔다. 전업작가가 아닌 배우가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정우는 16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내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졸업 후 불투명한 미래를 버티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았고 위로가 됐다”며 “올해 초 학고재로부터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시의 두 가지 키워드는 카펫과 탈이다. 카펫 연작에는 그가 모로코에 5개월 간 체류했던 경험이 직접적으로 담겼다. 모로코에서 방문한 모든 공간에 깔려있던 화려한 무늬의 카펫들이 유독 인상깊었다는 그는 귀국할 때 카펫 20개를 사서 들여왔다. 카펫 그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얇고 뾰족한 검은색 마커로 가늘게 그어진 수천개의 선이다. 동일한 패턴으로 그어진 짧은 선들이 하나의 무늬가 되고, 그 무늬가 합쳐지면서 또다른 패턴이 된다. 각 물감 고유의 색이 좋아 색을 절대 섞어쓰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에도 강하고 밝은 원색을 주로 사용했다.
탈 연작은 학고재의 요청에 따라 제작했다. 진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는 탈과, 주어진 역할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탈을 쓰고 일을 하는 배우라는 직업의 의미를 담아 그렸다. 탈과 카펫 그림에서 구현된 굵고 얇은 패턴들은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처음으로 보이는 200호짜리 대형 그림에 모두 들어있다.
하정우는 2010년 첫 개인전 이후 지금까지 13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촬영 스케줄이 없던 최근 1년 동안은 작업실에서 ‘9시부터 6시까지’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 오랫동안 작업을 했지만 ‘전업작가도 아닌데 배우 유명세로 미술 전시를 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특히 학고재 같은 대형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것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다.
하정우는 이런 비판에 대해 “지난 15년 간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안좋은 이야기가 98% 정도 될 것 같다”며 “작가로 인정받고 안받고는 저에게 큰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작업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제가 70대 할아버지가 됐을 때쯤 어떤 평가가 있지 않을까요. 죽기 전까지는 계속 할 것 같아요. 전 절반은 배우, 절반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전시 작품 35점은 모두 올해 작업한 신작이다. 전시는 11월16일까지.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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