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發 위기론에 금융당국, 은행 건전성 강화 제도·감독 총동원
기사내용 요약
금융위 '자본확충', 금감원 '건전성 감독' 투트랙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미국·유럽 은행들의 파산 위기설로 번지는 등 금융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대거 확충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과 감독·검사라는 투트랙으로 은행 건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유동성이 양호하고 파산한 SVB나 위기설이 돌고 있는 미국·유럽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은행의 건전성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은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에서 비롯된 금융당국의 은행 개혁 관련 6대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SVB 파산 사태까지 맞물림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내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2.26%로 규제비율(7.0~8.0%)을 상회하고 있지만 채권평가손실 등 영향으로 지난 2021년말(12.99%)보다는 하락한 상태다.
EU(14.74%), 영국(15.65%), 미국(12.37%) 주요국의 보통주자본비율과 비교해도 자본적정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최근 은행권의 배당 확대 움직임으로 인해 향후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자산건전성과 관련해서도 코로나 기간 낮아졌던 연체율이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라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말(0.25%) 대비 0.06%포인트 상승하며 지난 2021년 5월 0.32%를 기록한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19 지원조치에 따른 지표 착시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은행권 연체율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이른바 '자본확충 3종 세트'를 내놓았다.
금융위는 국내 은행의 전반적인 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총신용 규모 등을 고려해 올해 안에 경기대응완충자본을 2~3분기 중 부과할 방침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자본을 0~2.5%까지 적립토록 하고 신용경색 발생시 자본적립 의무를 완화해 이를 사용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미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한 바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아직까지 실제 적립의무를 부과한 적은 없다.
은행별 리스크관리 수준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도 도입한다. 스트레스테스트는 금리, 환율, 성장률 등의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은행의 적정자본 유지 여부 등의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는 것을 말하는데 테스트 결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에 예고했던대로 은행의 예상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도 도입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최근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에 이어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되었으나,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갖고 금융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제도 개선과 함께 금융감독원은 올해 국내 은행권에 대한 시스템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국내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이 자산성장 과정에서 하락함에 따라 손실흡수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 예상손실 전망모형의 적정성 점검체계를 제도화하고 충당금 적립기준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은행별 보유 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테마별 스트레스테스트도 강화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점검한다. 해외 감독당국 사례도 참고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활용한 자본적정성 감독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불안요인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 강화에도 나선다.
금감원은 대형 은행지주·은행의 자체정상화계획 운영 내실화 및 이행여부를 상시점검하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해 은행의 자금 공급기능이 축소되지 않도록 규제 유연화도 추진한다.
신용위험평가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재무추정을 통한 미래전망을 반영하는 등 평가지표도 정교화한다.
올해 은행권 검사에서도 은행의 투자·유동성·신용위험 등 리스크관리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김영주 금감원 은행부문 부원장보는 지난 17일 17일 2023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최근 미국 SVB 파산 사례와 같이 해외로부터 발생한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제상황 악화시에도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기준 개선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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