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이머들에게 있어 RTS라는 장르만큼 뜻깊은 장르도 드물 것이다. 90년대말 PC방 부흥과 e스포츠의 태동, 그리고 지금까지 '민속놀이'로 불릴 정도로 올드 게이머 그리고 신규 게이머층 모두가 사전 지식을 갖고 있는 공통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 받아서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RTS를 개발해왔지만, 기존 강자의 아성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여기에 RTS 장르가 점차 트렌드에 밀려나면서 기존 IP들도 신규 시리즈 출시가 중단되고, 갈증을 풀 만한 신작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 과제는 쉽지 않았다. 특히 최근 RTS는 새로 바뀐 트렌드에 맞춰 기존의 RTS 명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템플릿을 만드는 시도가 이어졌는데, 그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좀처럼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와 달리 오는 24일 정식 출시하는 '템페스트 라이징'은, 고전을 다시 융합하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착실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한 작품이었다.

장르명: RTS
출시일: 2025. 4. 24
리뷰판: 1.0.0버전개발사: 슬립게이트 아이언웍스
서비스: 3D 렐름스
플랫폼: PC
플레이: PC
C&C-스타크래프트, 양대 산맥의 장점을 취하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템페스트 라이징'은 RTS 중 C&C의 스타일, 그것도 타이베리움 시리즈를 상당히 많이 따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계관과 세력부터가 C&C를 해본 유저라면 매우 친숙하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템페스트 라이징은 1963년 쿠바 미사일 사태가 결국 미국-소련의 충돌로 이어져서 핵전쟁이 발발한 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지구 전체가 황폐화되자 양 진영이 전쟁을 멈추고 새로운 국제 연합을 창설한 가운데, '템페스트'라는 방사능을 정화하는 기묘한 식물이 발견되면서 국면이 전환된다. 지구방위군으로 재편된 국제연합은 템페스트를 일괄적으로 관리해 지구를 빠르게 복원하려고 하지만, 도모보이 몰칼린 대령은 이러한 독점에 반발해 템페스트 연합을 건설, 지구방위군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묘한 자원을 캐면서 양대 진영이 싸우는 구도, 그리고 갑자기 제 3세력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까지 C&C 타이베리움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느껴진다.


화면 우측에 세로로 다양한 메뉴가 있는 구성은 C&C와 유사하지만, 건물 및 유닛 단축키와 이를 고려한 UI 배치는 스타크래프트의 3*3식 배치가 연상된다. 여기에 좌측 하단에 유닛 및 부대의 스킬과 각종 명령을 정리한 창을 배치, 유닛 마이크로 컨트롤을 좀 더 쉽게끔 했다. 특히 부대 지정 관련해서 스타크래프트2처럼 각 키별 부대지정 및 현황을 체크할 수 있어 부대 관리가 좀 더 편했다. 그리고 좌측 위에 공습 요청 등 특수 키를 배치, 부대 관리 및 전투 중에 특수 지원 혹은 공습으로 적을 타격하는 일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자잘한 UI와 디테일은 옥의 티

우선 자원을 캐고 멀티를 하는 방식부터가 다르다. 지구방위군, 즉 GDF는 C&C 타이베리움 시리즈 처럼 정제소를 지으면 하베스터가 자동으로 1기 생성, 그 하베스터가 템페스트를 채취한다. 멀티를 짓는 방식도 신호기로 시야 및 건축지를 확보하고 정제소를 짓는 식이다. 연합은 군수공장에서 이동 정제소 차량을 생산, 템페스트 인근으로 정제소 모드로 배치해서 수확기를 인터셉터처럼 꺼내오는 방식이다. 즉 양 진영이 각각 한 번에 목돈을 긁어오느냐, 야금야금 채취해오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건물 짓는 것도 지정된 위치에 공사를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완공이 되느냐, 아니면 건축소에서 조립식 건물마냥 모듈을 미리 순차적으로 생산한 뒤 완공되면 그걸 따로 배치하느냐 등 차이가 있다.


특히 표식을 찍기 위한 통신 상태 및 특수 공격이 지구방위군 여러 유닛들의 핵심으로, 통신 상태가 될 때 아군 유닛의 사거리가 길어지거나 혹은 추가 피해가 붙는 등 부가 효과를 잘 활용해야 전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드론 조종병 등 특수한 조작 체계를 가진 유닛이 초반부터 주어지기 때문에 각 유닛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전략적 특성과 유닛 상성을 활용, 대규모로 부대를 조합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이 RTS의 핵심 재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템페스트 라이징'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유닛의 상성 및 밸런스는 C&C 타이베리움 시리즈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전차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긴 했다. 그러나 이를 작중 주요 자원인 '템페스트'로 잘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두고 보면 고전 명작 RTS의 요소를 잘 소화해 자신만의 길로 잘 승화한 것 같지만, '템페스트 라이징'은 그 끝에서 자잘한 부분들이 상당히 거슬렸다. 우선 유닛과 관련 UI가 상당히 자잘해서 가시성이 떨어졌다. 이는 이 게임이 참고한 C&C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C&C3 케인의 복수에서는 유닛 UI는 확대하는 등 보완을 시도한 바가 있었다. 그러니 굳이 작게 두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었다. 컨트롤보다는 유닛의 조합과 생산 관리가 중요한 시리즈라고 해도, 특수 병종의 스킬로 변수를 두는 플레이도 구축한 만큼 유닛 케어 부분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왕도적인 RTS, '템페스트 라이징'
자신만의 '색'을 보여줄 싹을 만들어야
'템페스트 라이징'은 왜 그 옛날 어릴 적에 RTS를 즐겁게 플레이했나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RTS라는 이 장르가 '고전'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고전 명작 RTS의 여러 포인트를 흡수해서, 최신 기술을 더해 어레인지했다는 느낌이 사뭇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정이나 게임 방식의 편린 하나하나에도 그런 흔적이 느껴졌고, 그래서 재미있게 플레이하면서도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잠재력은 확실히 보여준 만큼, '템페스트 라이징'은 그 단계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특히 자신만의 특징을 잡고 빌드업을 시켜나가는, 그런 과정이 빠르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맵도 적고, 최대 4인 플레이만 지원하는 등 멀티플레이에 대한 준비가 완벽히 안 된 느낌이었다. 물론 e스포츠나 코어 유저들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1VS1 구도가 많고 팀전도 2VS2 이 비중이 높아 이를 우선시한 것이겠지만, 이를 고려해도 템페스트 라이징의 맵의 수는 적었다.

다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물리학자나 공병 같은 특수 병종은 각인이 되긴 했다. 그들의 활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클리어가 정말 어려운 미션들이 상당 수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게임에서 보았을 때는 잘 티가 나지 않는 디자인인 것도 아쉬웠다. 파출소 아저씨들이 "이래서 초짜들은" 이러는 장면이 떠오르긴 하지만, RTS의 저변을 넓히려면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유닛을 특별하게 디자인하지 않아도, 옆의 휘장을 좀 더 크게 표시한다던가 하는 대안이라도 해봤으면 어떨까 싶었다. 여기에 리플레이 미지원, 저장 불러오기 인게임에서만 지원 등 부족한 디테일도 눈에 밟혔다.
한편으로는 이는 '템페스트 라이징'이 충분히 잠재력을 갖춘 게임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가능성이 없다면 그냥 잘 했다는 식으로 덕담 한 마디 던져주면 끝일 테니 말이다. 모처럼 고전 RTS의 철학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빚어낸 작품이 등장한 만큼, 한 번 반짝으로 끝나지 않고 잘 다듬어서 RTS 팬들의 갈증을 쭉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