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견인해도 업무금지 5일? 전동킥보드 '묻지마 견인'과 솜방망이
전동킥보드 불법의 덫➋
말 많고 탈 많은 킥보드
규제 애매모호한 게 문제
불법으로 견인하는 업체들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소비자도 피해 입을 수 있어
# 공유킥보드 규제를 둘러싸고 말이 많습니다. 버스정류장·횡단보도 등에 위험천만하게 세워져 있는 공유킥보드는 분명 문제입니다만, 이를 견인하는 지자체의 방법에도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습니다.
# 가장 심각한 건 '불법견인'입니다. 지자체로부터 불법주차 킥보드의 견인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견인'을 꾀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견인은 멀쩡하게 주차해 놓은 공유킥보드를 용역업체들이 '주차금지구역'으로 의도적으로 옮긴 후 신고·견인하는 걸 뜻합니다.
# 더 큰 문제는 용역업체가 불법견인을 하더라도 업무대행금지 5일 등 '솜방망이 처벌'만 맞으면 그만이란 겁니다. 이 문제 괜찮은 걸까요? 소비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요? 심층취재 추적+ '전동킥보드 불법의 덫' 2편에서 답을 찾아봤습니다.
시민들에게 공유킥보드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갈 수 있어 유용한 이동수단으로 쓰이지만, 동시에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불법주차'입니다. 시민이나 자동차가 자주 드나드는 통로에 세워져 있는 공유킥보드는 충돌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선 공유킥보드 주차금지구역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공유킥보드를 주차할 수 없는 곳은 보도·차도 구분지역, 지하철역 출입구 5m 이내, 버스 정류장이나 택시 승강장 5m 이내, 횡단보도 3m 이내, 점자블록 위 또는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등 총 6개 구역입니다.
이 구역에 공유킥보드를 주차했을 경우 지자체는 '견인'을 조치하는데, 절차가 있습니다. 먼저 민원을 받은 지자체 요원이 공유킥보드에 경고의 뜻이 담긴 '계고장'을 부착합니다.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나도 공유킥보드를 옮기지 않으면 견인업체가 견인 후 비용을 청구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계고장이 대표적입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견인할지 여부는 '공무원'이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공무원이 견인 여부를 판단하는지, 용역을 맡은 견인업체가 판단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참고: 지자체는 불법주차한 공유킥보드의 견인을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36조 1항에 따르면, 차의 견인 작업은 필요한 자격요건을 갖춘 법인이나 단체, 개인에게 대행을 맡길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공유킥보드의 견인 절차에 '빈틈'이 있다는 건데, 이런 논란을 부추기는 사례도 있습니다. 숱한 견인업체가 휘말려 있는 '묻지마 불법견인' 논란입니다. 이는 견인업체들이 전동킥보드를 의도적으로 불법주차구역으로 옮긴 후 암암리에 신고하는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데, 공무원이 아닌 견인업체들이 직접 '견인 여부'를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 논란은 따져봐야 할 게 또 있습니다. 견인업체들의 불법견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크고 작은 논란'에 휘말렸냐는 겁니다. 이를 지자체가 '강건너 불구경'한 건 아닌지도 의문입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먼저 견인업체들이 불법견인을 저지르는 건 '돈'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동킥보드 견인료 보관료가 모두 견인업체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경숙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PM 견인 현황'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3곳 견인업체가 거둔 견인료와 보관료는 총 94억원에 달합니다. 한 업체가 평균 4억원의 수입을 올린 셈입니다.
그에 반해 처벌은 솜방망이입니다. 지난해 견인업체의 PM 견인 관련 부당 행위 건수는 9건, 그중에서 불법견인은 2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업체에 5일간의 대행 업무 금지처분만 내렸습니다. 공유킥보드를 불법견인하다 적발돼도 '며칠만 쉬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암암리에 불법견인을 꾀하는 공유킥보드 견인업체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6월 성동구에선 한 견인업체가 무분별한 견인을 이유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성동구의 전동킥보드 불법주차 신고 건수가 5월 1365건에서 6월 704건으로 5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견인업체가 '견인'을 못하면 불법주차 신고 건수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반대로 줄어든 겁니다. 이는 견인업체가 멀쩡히 주차한 공유킥보드를 '불법견인'해 신고건수를 늘려왔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견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견인행위를 엄격하게 적발하고 있다"면서 "적발 시 행정 제재 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견인을 예방하기 위해 신고시스템 모니터링, 견인 현장 불시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솜방망이로 불법 견인행위를 막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쯤 되면 소비자는 괜찮은 걸까요?
혹자는 "지자체가 공유킥보드 업체의 킥보드만 견인하고 있으니 소비자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서울시 관계자도 "일반 시민이 소유한 전동킥보드를 견인한 사례는 없다"면서 "일반 시민은 도난을 우려해 길 한복판에 전동킥보드를 세워두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입니다. 불법주차는 공유킥보드뿐만 아니라 엄연히 일반 소비자가 소유한 전동킥보드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익명을 원한 공유킥보드 업계의 관계자는 "지난 9월에 강남구가 견인업체가 아닌 공무원이 직접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이는 현행법에 빈틈이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면서 "좀 더 체계적이고 확실한 근거에 입각한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만대의 전동킥보드가 도로와 길가를 점거하면서 생긴 부작용들은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명확한 절차 없이 이를 견인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민들의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전동킥보드가 도심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는 게 급선무 아닐까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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