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으로 듣는 그라도 세상, 그 특색에 반하다

Grado
GW100x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역시 음향 브랜드라면,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확실한 시그니처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모델뿐만 아니라 그냥 브랜드 자체가 시그니처이다. 브랜드만 이야기해도, 그 변함없는 클래식 디자인과 쇠맛 나는 듯한 강렬한 음색이 생각날 정도로, 이제는 몇 남지 않는 브랜드 색깔 강한 전통의 헤드폰 제조사이다. 이전 시대처럼 좋아하는 음색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는 낭만이 아쉽기도 한데, 이들은 여전히 강력한 도파민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드는 브랜드로 남아 있다. 1953년 브루클린에서 첫 출발한 전통의 제작사이자, 가족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는 곳, 바로 그라도(Grado)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라도의 라인업을 보면 제법 재미있다. 각 라인업별로 이렇게까지 큰 개성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라인업마다의 소재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크게는 프리스티지, 레퍼런스, 스테이트먼트, 프로페셔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비슷한 듯하지만, 또 극명하게 다른 그라도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라인업이다. 특히 무선 쪽도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어폰으로는 GT220, 헤드폰에서는 GW100x를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제품이 바로 무선 헤드폰, GW100x이다.

사실 첫 버전은 GW100이었는데, 세계 최초의 오픈형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대대적인 x 버전으로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는데, 다른 라인업들과 마찬가지로, GW100 역시 그 혜택을 멋지게 받아냈다. 물론 그라도답게 새로운 버전이라도 전작과 디자인적으로 뭐가 달라졌는가 하면 크게 할 말이 없다. 굳이 찾는다면 하우징의 브랜드 네임 위치나 모델명 정도가 변화점인데, 다른 x 버전 제품들처럼 유선 케이블 변화를 이야기하기에도 무선 제품이라 그 영향이 없다. 물론 USB 마이크로 B 단자에서 일반적인 C 단자로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사실상 외적으로 이것이 가장 큰 핵심 변화가 아닐까 한다.

물론 디자인 변화는 없지만, 내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 보자면,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x 버전의 4세대 유닛이 GW100x에도 탑재된 것인데,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이번 새로운 개발의 유닛이 역대급 호평을 받아내고 있다. 44mm 사양의 유닛인데, 마그네틱 회로, 보이스 코일, 그리고 다이어프램까지 리뉴얼된 것이 핵심. 거기에 맞춰 사운드 튜닝도 좀더 밸런스 위주의 대중적인 쪽으로 맞추었는데, 그라도의 특유의 색깔을 놓치지 않으면서 또 자극적인 부분은 유려하게 변화시키는 노력이 가미되었다. 블루투스 버전도 기존 5.0에서 5.2 버전으로 소폭 업데이트되었는데, 여기도 나름 빠르게 대응한 모습이다. aptX Adaptive 코덱 역시 지원하는 사양. 배터리 시간은 50% 볼륨에 대략 46시간으로, 기존 40시간보다 확실히 좀더 늘어난 모습이다.

그라도와 무선, 사실 언뜻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그전에 우선 무선과 오픈형이라는 거대한 벽이 더 크게 존재한다. 블루투스 제품이라면 밖에서 자주 들을 것이고, 소리가 외부로 그대로 새는 오픈형 구조는 자칫 난감할 수 있다. 물론 그라도는 오픈형은 어쩔 수 없다며 별다른 조치 없이 정면 돌파하지 않았다. 아예 GW100x의 설계와 구조를 새롭게 접근했는데, 최대 60%까지 감소시키는 성과를 얻어낼 만큼 큰 노력이 깃들어져 있다. 물론 소리가 새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크게 조용한 곳이 아니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수치로 마무리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WS 쿠션이 적용되었는데, S 쿠션처럼 특유의 말캉거리는 느낌으로 착용감도 제법 좋은 편이다. 특히 무게감이 정말 가벼운데, 다른 무선 제품들과 비교하면 정말 부담 없다.

사운드는 x 버전의 장점을 보여주면서, GW100x만의 특색을 잘 드러내는 성향이다. 우선 x 버전 특유의 대역 밸런스가 으뜸이다. 특히 오픈형 특유의 개방된 사운드는, 굉장히 크고 넓게 느껴지는데, 라이브 음원이나 어쿠스틱 잔향이 큰 음원을 들어보면, 멋진 도파민을 만끽할 수 있다. 볼륨 레벨도 제법 보장되어, 시원시원한 사운드가 펼쳐지는데, 좌·우가 꽉 막힌 답답함에서 벗어난 사운드가 얼마나 매력 있는지 정말 쉽게쉽게 들려준다. 쿠션 쪽을 바꾸면, 더 좋은 사운드를 들려줄 것 같은데, 아마 이 부분은 호 불호가 있을 듯하다. 그래서 GW100x가 록·메탈 쪽도 듣기 좋은가 궁금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정답부터 이야기하면, 예스(Yes). 번쩍이는 기타의 피치나 리프는 확실히 그라도 스타일이다. 고음에서 날카롭게 긁히는 그 맛이 확실히 록·메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물론 325x처럼 록·메탈 특화의 완전체는 아니지만,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최대의 유흥이라는 생각. 특히 전반적으로 음이 부드럽게 다듬어져, GW100x만의 특색도 제법 잘 전해진다. 무엇보다 밖에서 무선으로 듣는 그라도, 그 생각 자체가 큰 도파민이다. 글 | 김문부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54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