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체코원전' 일방적 협상 종료"...대우건설 주주 불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대우건설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면서 대우건설의 대형 해외 원전 수주가 불투명해졌다. 양측은 추가 공사비와 설계 변경에 따른 책임을 놓고 합의하지 못했다. 한수원은 변경된 계약조건에 대한 검토 기한 연장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상 종료가 발표된 이달 29일 대우건설 주가는 18.57% 하락했다.

한수원은 이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발표했다. 두코바니 원전은 체코에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2018년 시공협력사로 선정돼 사업에 참여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주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는 공사비와 계약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

추가 공사비 반영 이견, 설계 오류 책임도 쟁점

협상에서 가장 큰 이견은 공사비 산정 방식이었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2024년 1월 제출한 공사 단가를 수용하기로 했다.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약금액을 낮춘 수정안도 제시했다. 다만 당초 견적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공사가 확인되면서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산정한 추가 공사비는 조 단위에 이른다. 한수원이 제시한 증액 규모는 실제 견적금액의 40% 이하였다. 한수원은 계약 이후 설계 변경을 통해 추가 비용을 정산하는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가 업무까지 기존 계약금액에 포함할 경우 대우건설이 조 단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도 쟁점이다.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은 실제 상용 원전 건설 사례가 없는 신규 노형이다. 기본설계가 확정되지 않아 향후 공사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승인 시점의 물량을 기준으로 계약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요구했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분을 별도로 정산하는 조건을 요청했다. 설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시공사가 공사비 증가 위험을 어느 범위까지 부담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설계 오류에 따른 책임도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 중 하나였다. 한수원은 설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도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책임지도록 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설계·주기기·시운전 등 다른 협력업체의 과실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을 명시하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발주사가 부지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에도 추가 비용을 보상받지 못하는 조건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설계와 다른 업체의 업무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수원은 부당한 위험 전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초 입찰에서 총액확정계약 방식에 합의했으며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시공계약 금액을 10% 높이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기본설계 확정 시점에 공사 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조건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협상 기한 연장 거부, 주주 평가손실 확대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은 협상 종료 과정까지 이어졌다. 한수원은 이달 7일 변경된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29일까지 최종 입장을 요구했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에 주어진 검토 기간은 약 3주였다. 공사비와 책임 범위가 달라진 계약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2월 31일까지 협상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는 다른 시공사의 견적을 활용한 공사비 감액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측은 한수원이 변경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후속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약 15개월간 실무회의 78회와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체코 발주사에 약속한 사업 일정도 협상 종료의 근거로 제시했다.

협상 종료 소식이 전해진 이달 29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650원(18.57%) 하락한 1만1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체코 원전 시공계약 체결이 불투명해지면서 주주들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감소했다.

한수원은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7월까지 신규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해 2028년 1월 예정된 부지 준비공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이 컨소시엄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설명하며 재입찰 참여 의사를 드러냈다.

대우건설은 협상 종료 발표 이후에도 협의 지속을 요청한 상태다. 한수원의 협상 종료 의사는 확인했지만 공식 서면 통지는 받지 않았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관계자는 "한수원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며 "국익을 고려해 협상을 재개해 달라"고 밝혔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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