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치료 목표는 독립… 일상 유지할 능력 길러야”
사회적 관심 늘면서 진단도 증가
언어 등 발달따라 증상 천차만별
상호작용 여부 전체 맥락서 봐야
성장 단계 맞춘 치료 설계 중요
인기 대비 반복·구조화 훈련을

유희정(사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성이 자폐스펙트럼의 중요 진단 기준에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 삶을 좌우하는 문제는 의외로 다른 데서 터질 수 있다”며 “시간관리와 우선순위 설정, 위생과 생활습관처럼 자신을 돌보는 능력 등 ‘실행능력’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는 것이 독립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자폐 자체가 늘어났다기보다 과거에는 발달이 전형적이지 않은 아이들이 별다른 평가 없이 ‘조금 특이한 아이’로 넘어가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제 통계에 잡히지 않던 아이들이 진단 체계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폐스펙트럼은 아직 ‘완치’의 영역이 아니다. 유 교수가 “아이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자폐스펙트럼은 완치 개념으로 접근하기 어렵기에 치료가 필요한 부분과 아닌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예민한 감각은 타고난 특성에 가깝기 때문에 억지로 교정하려고 하기보다 환경을 조정해 스트레스를 덜어줘야 하고, 반대로 시간 관리나 위생 같은 실행 기능은 반복 학습으로 충분히 길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중요한 건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성장 단계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라며 “같은 진단명이라도 언어 수준과 인지 기능, 불안과 감각 예민함, 동반 문제에 따라 목표와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만큼 제대로 된 진단이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효과는 ‘우리 아이가 좋아했다’가 아니라, 충분한 연구에서 반복 검증된 근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근거가 약할수록 화려하게 포장돼 시장에서 팔리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폐스펙트럼 치료는 생애주기에 따라 목표와 방식이 달라진다. 영유아기에는 상호작용과 놀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한 개입이 필요하고, 학령기에는 학교 환경에서의 적응이 과제가 된다. 또래 관계가 단순한 ‘친해지기’에서 ‘관계의 깊이’로 이동하면서 갈등이 늘 수 있고, 규칙과 변화에 대한 융통성 부족이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기로 접어들면 불안과 감정 조절, 수면 문제 같은 동반 증상이 삶을 흔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유 교수는 성인기 전환기를 자폐스펙트럼 아동·청소년이 크게 부딪히는 시기로 꼽았다. 대학 진학이나 첫 직장처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실행 기능이 약하면 어려움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립은 혼자 산다는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성인기의 삶에 필요한 기술을 어느 정도 숙달해 자기 방식의 생활 구조를 갖추는 것이 독립”이라고 설명했다.
이 준비는 청소년기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이른 시기부터 이어져야 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치료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상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가정과 학교, 일상에서 생활 기술을 차근차근 길러가는 과정이 함께 가야 합니다.”
일상 자체가 훈련의 장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독립된 성인으로서 살기 위한 준비는 18세가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생활 기술을 쌓으며 이뤄지는 것”이라며 “화장실 사용, 기본 생활습관, 규칙 이해처럼 대부분의 아이가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제를 자폐성 아동은 더 의식적으로, 더 구조화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서 ‘육아’라는 이름으로 해오던 독립 준비가 자폐성 아동에게는 더 선명한 목표와 계획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경 보다 헌신 택했다”…조은지·라미란·김윤진, 톱배우들의 이유 있는 남편 선택
- 30억 빚 → 600억 매출…허경환은 ‘아버지 SUV’ 먼저 사러 갔다
- 호적조차 없던 이방인서 수백억원대 저작권주…윤수일, ‘아파트’ 뒤 44년의 고독
- “내가 암에 걸릴 줄 몰랐다”…홍진경·박탐희·윤도현의 ‘암 투병’ 기억
- 47세 한다감도 준비했다…40대 임신, 결과 가르는 건 ‘나이’만이 아니었다
- 100억 쓰던 ‘신상녀’ 300원에 ‘덜덜’…서인영 “명품백 대신 가계부 쓴다”
- “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 "故 전유성, 지금까지 '잘 놀았다'고"…최일순, 유작 작업 중 그리움 드러내
- “깨끗해지려고 썼는데”…물티슈, 항문 더 망가뜨리는 이유 있었다
- “밤에 2번 깨면 다르다”…피곤인 줄 알았는데 ‘야간뇨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