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천세 논란' 속 세심 고증으로 주목 받는 '멋진 신세계'

전하영 기자 2026. 5. 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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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성 성리학자부터 '자매문기'까지
시대적 배경 엿보이는 디테일 고증 호평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한 장면. SBS 제공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가 세심한 역사 고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일 첫 방송한 멋진 신세계는 사약을 받고 숨진 조선시대 강희빈의 영혼이 21세기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의 판타지 드라마다. 허구의 설정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사와 의상, 소품 곳곳에 실제 조선시대 문화와 사상을 반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처음 화제가 된 것은 1화에 등장한 조선 후기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 인용 대사다. 극 중 강희빈은 경쟁자가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말하자 "강산이 변했는데 부엌데기를 자처하겠느냐"며 "임윤지당 선생의 말씀처럼 남정네와 여인네의 본성은 달리 태어나지 않았으니 이번 생에는 학식을 높게 쌓아 뭐가 됐든 일인자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임윤지당의 문집 '윤지당유고'를 바탕으로 한 대사다. 조선의 성리학이 '여성은 남성과 본성이 달라 성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임윤지당은 '남녀가 역할이 다르다 해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에는 차이가 없다'며 남녀는 근본적으로 평등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한 장면. SBS 제공

복식 고증도 눈길을 끈다. 극 중 강희빈은 남색 치마를 입고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조선시대 궁중의 기혼 여성이 주로 남색 치마를 착용했던 복식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오늘날 대중에게 익숙한 붉은색 치마는 1980년대 이후 사극 연출 과정에서 굳어진 이미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발 연출도 차이를 뒀다. 강희빈은 굽 없는 전통 수혜를 신지만, 현대 인물인 신서리가 사극 대역 배우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굽 있는 꽃신을 착용한다. 시대적 차이를 소품으로 구분한 셈이다.

2화에 등장한 '자매문기'도 관심을 끌었다. 궁녀 시절 강희빈이 동기들과 말다툼하는 장면에서 '자매문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자매문기란 조선 후기 극심한 흉년과 빈곤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백성들이 본인 혹은 가족을 노비로 매매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를 뜻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자매문기에 대해 "조선 후기 신분제 붕괴와 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생소한 역사 용어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철저한 고증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한 장면. SBS 제공

이처럼 세심한 고증은 최근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21세기 대군부인'에서는 왕이 제후국 군주가 사용하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등장했으며, 신하들이 자주국 표현인 "만세" 대신 제후국 표현인 "천세"를 외치는 장면이 방송돼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와 맞물려 민감한 역사 인식을 건드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전세계 한류 문화를 이끄는 시대에 배우들 출연료는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왜 그리도 무시하느냐"며 일침을 가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해당 드라마를 서비스하는 글로벌 OTT 디즈니를 상대로 음성과 자막 수정 요청 캠페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