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K무기용 국방반도체 99%가 수입산…국가 주도로 국산화해야”

민병권 논설위원 2026. 4. 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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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성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
글로벌 시장 20조 달하는데 韓 40년 개발해도 해외 의존
반도체 중요성 인식 부족해 국내 연구는 단기 사업 그쳐
정책·개발 컨트롤타워 승격해 산업 육성책 다시 세워야
민간 칩 기술 접목해 드론·로봇 대량생산 시대 뒷받침을
어윤성 광운대 교수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개발 반도체를 사용했을 때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품의 초기 불량 및 하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면책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한국의 명품 무기들이 높은 성능과 가격경쟁력으로 세계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그 두뇌와 눈·팔·다리 역할을 하는 국방반도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국가가 공급을 축소·중단하거나 제3국으로의 판매를 금지하면 K방위산업 업계의 생산·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어윤성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나름대로 약 40년간 국방반도체 기술을 연구·개발해왔지만 여전히 98.9%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정책 당국과 산업계는 우리가 왜 이런 성적표를 받았는지 되돌아보고 국가 주도로 국방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도 국방반도체가 단순 부품으로 치부된다”며 “관련 산업계는 신기술 도입 리스크를 기피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 관행과 기존 반도체 기술에 안주했다”고 지적했다. 이러니 국산 제품이 규격 통일도 안 돼 있고 가격만 비싼 구형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법으로 “정책·개발 컨트롤타워인 방위사업청과 반도체사업단 조직을 승격해 전문가들을 확충하고 기술 개발 및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최고의 국방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어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민간 반도체 제조 기술과 인프라를 적극 방산 분야에 접목해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시대에 부응하는 대량생산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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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반도체란 무엇인가.

△방사청의 지침에 따르면 국방반도체는 ‘무기 체계에 적용 또는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를 총칭한다. 국방반도체가 민간용 반도체와 전혀 다른 것은 아니다. 민간 반도체 기술에 무기 체계별 군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일부 기능·성능과 운용 신뢰성을 강화한 것이다. 설계와 제작 방식은 민간 용도와 유사해 대부분 민간 팹(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국방반도체 중 상당수는 민수용으로 겸해 쓸 수 있다.

-어떤 종류가 있나.

△민간 반도체 종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무선통신 시스템에서 안테나로 송수신된 신호의 증폭 기능 등을 맡은 RF 전단부 반도체가 있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하는 기능 등을 하는 RF 송수신 반도체도 있다. 국방 무기·장비 체계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연산용 프로세서인 로직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가 국방반도체에 속한다. 그 밖에 센서용 반도체, 구동용 반도체, 전원 반도체 등이 있다. 이들의 설계와 제조 공정, 생태계는 제각각이다. 따라서 국방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은 그 종류별 특성에 맞도록 다양하게 수립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방반도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미국 상무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하면 2023년 기준 약 2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간 국방반도체 산업계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운영돼 시장 규모가 작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다. 국방반도체 중 대부분이 민수용에 대한 범용성도 갖고 있어서 그 틈새를 노리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에 따른 주요국 군비 경쟁의 여파로 국방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군사용 드론·로봇과 같은 유·무인 복합체계에는 앞서 소개한 모든 종류의 국방반도체가 조합돼 두뇌와 팔·다리·허리·장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AI 반도체와 로직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드론과 로봇이 센서로 주변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저장해 움직이려면 RF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전원 반도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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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드론·로봇 시대에 발맞춰 국방반도체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지금까지 국방반도체 제조 생태계는 대량생산되는 범용 민수용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었다. 또한 상호 정보 공유 미흡으로 규격 통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집적도가 낮은 수십 년 전 기술에 머물러 부피가 크고 구성품이 복잡했다. 반면 군사용 드론·로봇은 점점 소형화·경량화되고 저렴하게 대량생산되는 추세다. 최신 국방 장비와 무기 체계들이 점점 서로 유사한 범용 구성품을 사용하고 있고 규격화·모듈화되는 중이다. 그 수요에 맞추려면 국방반도체도 다품종 소량 생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품질 신뢰성을 확보하면서도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씩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게 기술 발전 방향의 핵심이다. 마침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양산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민간 반도체의 대량 양산 기술을 적극 접목해 고집적화·저전력화·범용화·저비용화·대량생산화를 이뤄야 한다.

-현재 국방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국가들은 어디인가.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국방반도체 중 대다수가 미국산이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은 아날로그디바이스와 TI·자일링스·코르보 등이다. 이들 기업은 국방반도체를 민간 겸용으로 개발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패키징·운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100% 갖춘 것은 아니다. 팹 업체 외 패키지 후공정 등 제조 생태계에서는 미비점이 많아 대만의 팹과 패키징 공장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도 근래에 제조 분야의 해외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고 전 공정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경우 가성비 좋은 민간용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어서 국방반도체 기술 수준도 미국에 버금갈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역시 반도체 전 공정에 대한 내재화를 추진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국방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어떤가.

△한국은 민간 반도체만 놓고 보면 설계·제조·패키징·검증·운용에 대한 산업 생태계를 상당 수준 구축한 선진국이다. 다만 민간 생태계가 국방반도체 분야에는 잘 접목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민간 생태계를 활용해 국방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 전략과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방반도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지난 40여 년간 국방반도체 기술을 연구·개발해왔다. 다만 연구·개발이 국방반도체 전반에서 균형감 있게 추진되지 않고 일부 분야에 편중됐다. 주로 화합물 반도체 기반의 고출력 RF 반도체, 마이크로파집적회로(MMIC), 센서 소자 분야 개발 및 제조 공정 등에 사업이 집중된 것이다. 반도체 산업과 무기 체계 전반을 이해하는 전문가도 국내에 거의 없다. 우리 정부 당국도 국내 국방반도체 산업 현황을 조사하고 육성 전략 수립을 추진해왔지만 국방반도체 분야 전반이 아닌 RF 반도체 등 일부 분야 관계자들의 의견 개진에 그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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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기술 개발의 균형을 찾아야 하나.

△그나마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최근 정부가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그와 함께 모든 무기 체계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반도체 개발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전원 반도체, 범용 칩, RF SoC(신호의 송수신 및 디지털 처리, 메모리 기능 등을 하나의 칩에 담은 무선통신용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국방 쪽에서는 이들 분야의 기술 개발이 많이 미흡하므로 민간 반도체로 대체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민간 부문의 우수 기술 인재도 이들 국방반도체 분야로 유입시킬 합리적 정책이 필요하다. 국방반도체를 위한 소재·부품·장비와 제조 공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은 민간 반도체 인프라를 활용해 생산된다. 특히 실리콘 기반 반도체 공정의 경우 민간 분야에서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으므로 별도의 국방반도체 팹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국내 민간 팹을 적극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다만 실리콘이 아닌 화합물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국내 기업과 연구소 팹의 수준이 미흡하다. 따라서 이들 팹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국방반도체를 뒷받침할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내 산업 현황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국방 분야에서는 반도체를 단순 부품으로 보고 주로 해외 제품을 수입해 써왔다. 각 구성품을 최종 통합·조립해 무기와 장비를 완성하는 체계 종합 업체들도 제품에 하자가 생길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검증이 덜 된 국산 반도체보다는 해외 제품을 선호해왔다. 정부의 국산 개발 사업도 일시적인 단기 사업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방산 기업이 국내 개발 반도체를 사용했을 때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품의 초기 불량 및 하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면책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방산 정책 당국에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을 유입시켜 무기 및 장비 체계 개발 시 반도체 국산화를 중시할 수 있도록 사업 평가 체계를 보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He is···

30여 년간 국방반도체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매진해온 전문가다. 1971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과학고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및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기술원 선임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 책임연구원으로 반도체의 설계 및 개발 업무를 하다가 광운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학내 벤처기업인 실리콘알엔디를 창업해 대표와 교수직을 겸하며 민간 및 국방 분야의 통신·레이더용 반도체 등을 개발해왔다.

어윤성 광운대 교수가 13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민병권 논설위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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