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유일한 무기 '예금금리' 꺾인다…"대출 내줄 곳이 없다"
은행채 대신 수신 기능으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저축은행업계가 신규 대출 여력이 없어지자 예금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저축은행업계가 사실상 제도권 금융의 끝자락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을 융통할 만큼 융통해 상환여력이 낮아진 '한계차주'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예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가계로선 "돈을 맡길 곳이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87%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17일 5.11%와 비교하면 1.24%포인트(p) 빠진 수치다.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 등 상위 5개 저축은행만 놓고 보면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3.5~4.0%로 평균보다 낮게 집계됐다.
통상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1금융권 정기예금보다 높은 편이다.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고유 수신 기능으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예금금리로 고객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대출 현황과 밀접하다. 대출을 내준 만큼 예금 등 수신잔액으로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내림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규 대출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심화한 조달금리 부담과 사업 환경 저하에 저신용자 중심으로 구성된 대출이 많아 신규 저축은행의 신규 대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저축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9월 3.5%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라 대출을 얼마나 내주느냐에 따라 예금금리도 결정된다"며 "차주가 대부분 중저신용자일 뿐 아니라 이미 실행된 대출도 많아 신규 대출이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 예금금리를 올려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예금금리가 모두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이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예금상품을 출시했던 역전 현상도 다시 예전처럼 정상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 한때 4%를 웃돌았던 금리로 저축은행을 앞질렀던 시중은행의 예금 매력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기준) 상품 중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 4.12%다. 전월취급 평균금리 4.32%와 비교하면 소폭 하락한 금리다.
이 밖에 DGB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만기일시지급식)', BNK경남은행 'The 든든 예금' 등 4%대 최고금리 예금이 있지만 대부분의 상품의 금리는 3% 후반을 밑돈다. 한때 예금금리가 4.5%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1~1.5%포인트 빠진 셈이다.
1금융권의 예금금리 하락은 시장금리 변화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은행채 1년물 금리는 3.5% 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가 4%였는데 12월 들어 3.714%까지 떨어진 기조가 유지된 것이다.
은행채 금리 하락 배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지난달까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연준은 올해 중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월부터 8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없었지만 시장에선 이미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은행채 등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가동 시기와 1금융권의 예금금리 하향 조정이 비슷한 시기 일어난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은행들이 자금조달 부담을 의식해 예금금리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는 예금금리 하락이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낮아진다"며 "예금금리가 오르려면 시장금리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