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세상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나로 판이 바뀝니다. 챗 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돌리려면 수천, 수만 개의 GPU가 필요하죠.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GPU 품귀 시대. 테슬라, 구글, 아마존까지도 줄을 서도 바로 못 받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뉴스가 터졌죠.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 네이버에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한 겁니다. 무려 14조 원 규모의 빅딜. AI 투자 열풍 속에서 이렇게 많은 물량이 한 나라로 들어가는 건 전례가 없습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직접 한국을 찾았습니다. 경주에서 열린 APEC 회의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이해진 의장과 함께 'AI 협력'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딜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산업 역량을 가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이 한 문장.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선언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목마른 GPU를, 왜 한국에 몰아줬을까요?
젠슨 황은 "AI의 미래는 산업과 결합된 나라에서 시작된다"고 늘 말합니다. 그가 말한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는 나라, 바로 한국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AI가 통제하는 'AI 반도체 팩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SK는 AI 연구와 클라우드, 에이전트 개발을 통합한 AI 팩토리를 추진 중이죠.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로봇을 위한 AI 모빌리티 팩토리, 네이버는 현실 산업을 가상공간에 옮겨오는 피지컬 AI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은 엔비디아가 GPU를 '가장 다양하게 써볼 수 있는 실험장'입니다. 자동차, 반도체, 로봇, 클라우드까지 AI가 닿을 모든 산업이 한 나라에 모여 있죠. 젠슨 황이 "한국은 AI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지금, 한국을 AI 산업의 리트머스 테스트베드로 보고 있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GPU를 만든다고 끝이 아닙니다. GPU의 성능을 결정하는 건 그 안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죠. 이걸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단 두 곳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에는 HBM3E가 8개씩 들어갑니다. 이번 26만 장 공급분을 계산해 보면 필요한 HBM만 약 200만 개. 결국 엔비디아는 한국의 기술력 없이는 GPU를 만들 수도, 팔 수도 없습니다.
젠슨 황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삼성과 SK, 둘 다 필요합니다. 함께 HBM4, HBM5, HBM97까지 가야 합니다."
이 말은 곧, 한국이 엔비디아 AI 생태계의 심장부라는 뜻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 속에서 공급망이 흔들리는 지금, HBM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는 한국뿐입니다.
이번 26만 장 공급은 단순한 거래가 아닙니다. 엔비디아의 탈중국 전략이자, 한국을 새 거점으로 삼는 결정입니다. 젠슨 황은 최근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점유율이 95%에서 0%로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규제로 중국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그 대체지를 찾던 엔비디아가 '한국'이라는 해답을 내놓은 겁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이미 '소버린 AI(국가 주권형 AI)'를 추진 중입니다. GPU 5만 장을 확보해 독자적인 AI 모델을 만들려는 정부 계획이 이번 빅딜로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죠.
이제 한국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맹국이 됐습니다. AI 패권의 축이 서서히 '미국-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죠.
이번 GPU 26만 장 공급은 그 자체로 한국 AI 산업의 전환점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우리가 그걸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GPU를 확보했다면, 그 위에 돌아갈 국산 AI 모델과 산업형 솔루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AI 반도체, 자율주행, 로보틱스, 제조 자동화... 한국의 산업 DNA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IT 강국'을 넘어 AI 생산국이 됩니다.
젠슨 황은 "한국은 준비된 나라"라고 말했죠. 이제 그 말이 증명될 차례입니다. GPU는 들어왔습니다. 이제 움직이는 건 우리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