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좋은 점

칼럼니스트 강백수 2026. 5. 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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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은 뚱뚱해] 아이의 존재, 그리고 그 밖의 좋은 점들

친구로부터 참 이상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 어떤 점이 좋으냐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아서 제일 좋은 점은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고 아이를 기르며 제일 좋은 점은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이다. 질문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답이 다시 질문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개운치 않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실인 것을 어쩌겠나. 출산과 육아는 다른 곳에 있는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 자체가 행복이 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대답하는 나를 보며 친구는 그런 거 말고 다른 거 없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나의 아들의 존재라는 거대한 행복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사은품 같은 좋은 점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인생이 단순해졌다는 것이다. 훌륭하게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나는 참 다양한 일들을 해내야 했다. 직업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달성해야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어야 했다.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줄도 알아야 했고 때로는 스스로를 다그칠 줄도 알아야 했다. 이 모든 것을 해낸다는 것이 때로는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위에 앉아 지도에 표시된 여러 목적지를 보며 도대체 어디부터 시작해 어디를 지나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되면서부터 그런 것들이 아주 단순하게 정리가 되었다. 되어야 했던 모든 것들에 앞서 나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 물론 훌륭한 업적이라거나 좋은 사람 되기 같은 과업은 여전히 해내야 하는 것들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을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표 하나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게 되었다. 어디부터 가야 할지 막막했던 마음이 비로소 정리가 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행복 또한 육아를 통해 만나게 된 뜻밖의 좋은 일이다. 내 노래 '타임머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정말이지 아버지께 효도를 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해내지 못하며 살았다. 그런데 내가 하지 못했던 효도를 이제는 내 아들이 하고 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아버지의 환한 웃음을 내 아들은 너무나도 쉽게 자아내곤 한다. 나의 할머니와 여동생도 내 아들이 선보이는 '이쁜 짓' 앞에서 나는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은 얼굴로 웃는다. 단지 '압뿌지(할아버지)', '함무니(할머니)', '꼬꼬(고모)' 하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한다. 처가식구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아들의 존재 자체와 성장을 바라보며 웃음짓는다. 나는 단지 나의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달콤한 덤이 아닐 수 없다. 

아들과 그의 고모. 나의 육아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 되기도 한다. ⓒ강백수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생각지 못한 좋은 점이다. 물론 육아는 고단한 일이다. 아들을 낳기 전에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거기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미션이 추가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늘 피로를 달고 사는 몸이 되었다. 처음에는 잠을 잘 수 없으니 피곤했고, 이제는 나날이 덩치도 커지고 고집도 생기는 아이와 노느라 피곤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고되어질수록 마음이 건강해지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지독한 불면증을 앓았는데 이제는 머리만 대면 잔다. 고작 일이십 분만 있어도 꿈까지 꾸면서 잘 수 있게 되었다. 늘 새벽같이 규칙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일상에 견고한 루틴이 생겼다. 이런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많이 된다. 매일 밝고 건전한 동요를 듣고 따뜻하고 다정한 동화책을 읽어주며 해가 내리쬐는 놀이터에서 아이와 뛰어 노는 내게는 이제 그 어떤 우울과 불안도 감히 끼어 들 틈이 없다. 

이전과는 다른 깊이로 삶을 마주하게 된 것도 육아 덕분이다. 어떤 사람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도 자기 혼자 철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전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스스로 철들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도 이제는, 인간이 한 생명을 낳아 그가 또 하나의 온전히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길러내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에 대해 조금이나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고민해본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가지는 무게와 깊이는 도저히 같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눈물겨운 과정을 통해 나도 사람으로 자라서 일인분의 몫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따금 내가 무심코 대하곤 하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게 지금의 그가 되었으며, 수많은 그들이 또한 그런 방식으로 또 한 존재를 길러내고 있다. 그것을 언제나 떠올릴 수 있다면 인간은 어지간해서는 망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들과 만나 매일매일 함께 보내는 삶이 내게 주는 것들은 이런 것들 말고도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 백 가지 천 가지가 모여도 감히 저울질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행복이 바로 내 아들의 존재 그 자체다. 물론 피곤하고, 예전만큼 자유롭지 못하고, 삶이 좀 더 무거워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건 내가 매일 받는 것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값이다. 

*칼럼니스트 강백수(인스타그램 baeksoo_kang)는 200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2010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일상의 시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6시에 잠들던 예술가로 살다가 이제는 6시에 일어나는 아빠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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