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요구까지…‘김건희 리스크’ 승부수 던진 韓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김건희 여사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 문제를 정조준 한 발언이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내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앞두고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본다. 친윤(윤석열)계는 ‘당정갈등을 키운다’며 한 대표를 공개 비판하면서 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과 관련해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정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게 만약 존재하면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없는데)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언론이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처음 꺼낸 건 지난 12일이다. 그는 당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이틀 만에 한층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한 대표는 인적 쇄신 요구를 비롯해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김 여사 기소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 발언 이후 정치권에선 이른바 ‘한남동 라인’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7명 안팎의 전·현직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을 지칭한다. 한 대표 측은 이들이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직무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통령실 의사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 인사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상이 이른바 ‘한남동 라인’을 지목한 것이냐’는 취지의 물음에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모두 (대통령실) 직책이 있다. 그런데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지목한 것”이라고 했다.

또 “그(한남동 라인) 분들이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여러 기자의 공통된 증언”이라며 “호가호위하며 부적절한 정치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굉장히 큰 문제다”라고 했다.

신 부총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대통령실 비선(秘線)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한 언론은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의 핵심인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김 여사와 네트워킹된 십상시 몇 사람이 (대통령실을) 쥐락펴락 한다”고 말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여기에 경남 지역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명 씨는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에도 관여했다며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한 대표가 김 여사를 공개 저격하는 건 대통령실의 결단을 압박하는 차원이다. 당 전반에 위기감이 큰 만큼, 여사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내주 예정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를 핵심적으로 언급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김 여사 리스크가 길어져 지지층의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며 “지지층 이탈,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에 여사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한동훈 대표와의 오찬 회동을 위해 오찬장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친윤계 “尹 비난하며 세 규합”…대통령실도 ‘인적 쇄신’ 일축

김 여사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내주 ‘윤-한 독대’가 빈손으로 끝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친윤계 핵심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게 아니다”라며 “한 대표가 지금같은 길을 걷는다면, (당정 갈등으로 정권을 내어준)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대표가 “제대로 된 정치로 신뢰 받으려면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맞서자, 권 의원은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 한 대표의 잘못도 고치라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라며 한 대표의 요구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