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1주년 기획] ‘은퇴 없는’ 고령농…그들도 인생 2막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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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김도시씨(70)와 전남 무안의 나농민씨(70).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지만 노년의 풍경은 극명히 갈렸다.
김씨는 서울에 터를 잡고 30년 넘게 사무직으로 일했다.
나씨는 농사일이 점점 버겁다.
김씨가 연금과 자산 덕에 노동에서 벗어난 은퇴 생활을 누리는 반면 나씨는 여전히 손에 흙을 쥐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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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고령층보다 자산·소득 ‘빈곤’
은퇴 언감생심…농업 세대교체 지체
농민 노후·미래 농업 지탱할 수 있는
‘농업인 퇴직연금제’ 도입 논의 필요

서울의 김도시씨(70)와 전남 무안의 나농민씨(70).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지만 노년의 풍경은 극명히 갈렸다.
김씨는 서울에 터를 잡고 30년 넘게 사무직으로 일했다. 현재는 6억원 상당의 아파트에서 지내며 국민연금(109만원)·퇴직연금(79만6000원)·개인연금(44만8000원) 등 매달 총 233만4000원의 연금을 고정적으로 받는다.
나씨는 무안에서 50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다. 거주하는 주택의 가액은 2억2797만원 수준이다. 매달 기초연금(34만원)을 받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4347㎡(1315평)의 농지를 일구며, 월 42만5000원꼴의 농업소득으로 살림을 메우고 있다. 나씨는 농사일이 점점 버겁다. 노후를 보완할 수단으로 농지연금도 고민해봤지만, 자식에게 땅이라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연금과 자산 덕에 노동에서 벗어난 은퇴 생활을 누리는 반면 나씨는 여전히 손에 흙을 쥐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두 사람의 대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농어촌이 67.5%로, 대도시(52.4%)보다 15.1%포인트나 높았다.
전문가들은 도농간 노후격차가 자산과 소득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노후자산의 축을 이루는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모두에서 도농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대식 한국농촌복지연구원장은 “도농간 자산가치 격차보다 심각한 것은 실질소득의 차이”라면서 “농업소득은 30년 가까이 연 1000만원 안팎을 맴도는데 농민은 퇴직연금 제도에서도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부동산자산 평균 가액은 4억8303만원으로 비수도권(2억8144만원)의 2배에 육박한다. 소득격차는 더 뚜렷하다. 도시 근로자의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1994년말 179만7965원에서 지난해말 709만3331원으로 294.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연평균 1032만5000원에서 957만6000원으로 오히려 7.3% 감소했다.
농민의 은퇴 지연은 식량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고령농민이 늘면서 청년농민으로의 농지 이양은 지체되고, 소농 중심의 구조가 고착되면서 규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농 비율은 55.8%로, 2014년(39.1%)보다 16.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농가 가운데 0.5㏊ 미만 소농이 차지하는 비중은 42.0%에서 52.9%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현행 농지이양은퇴직불제의 단가를 현실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농업인 퇴직연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농업인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고 농지이양은퇴직불제를 확대해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손에 흙을 쥐고 살아가는 고령농에게 필요한 건 은퇴의 무게를 덜고 다음 세대에 땅을 물려줄 수 있는 제도다. 농업인 퇴직연금제가 농민의 노후를 지탱하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떠받칠 정책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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