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위기인데 남녀가 어디 있나" 외친 진정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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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두 명이 학교에 와 '정훈부대에서 일할 지원자를 뽑는다'고 했어요. 많은 학생이 손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죠. 저를 포함해 노래 잘하고 글 잘 쓰는 학생 4명이 선발됐습니다."
우리 군은 6·25전쟁 당시 여성 2400여명이 참전한 것으로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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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번도, 계급도 없다 보니 연구·지원 모두 부족
"정부 차원 조사 필요.. 포로에도 관심 가져야"
우리 군은 6·25전쟁 당시 여성 2400여명이 참전한 것으로 파악한다. 현역 군인으로 활동한 이는 1751명이고 정씨처럼 군번도, 계급도 없는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여성도 600여명에 이른다.
북한이탈주민 인권 증진과 생환 6·25 국군포로 지원 등 사업을 펴는 사단법인 물망초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6·25와 여성 학도병의 역할’이란 주제로 제77차 물망초 인권세미나를 열었다. 마침 이날(9월28일)은 6·25전쟁 당시의 서울 수복 72주년 기념일이어서 행사의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개회사, 물망초 인권연구소장 이재원 변호사의 인사말에 이어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수한 울산대 교수를 좌장으로 주제발표 및 토론이 뒤따랐다.
육군사관학교 나종남 교수(대령)는 주제발표에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발벗고 나섰던 학도의용군에 대한 우리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크지 않다”며 “수많은 학도의용군 참전자가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외쳐왔으나, 우리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군번도, 계급도 없이 싸웠다’는 점에 있다. 공식 기록이 부족하니 관련 연구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신희석 법률분석관이 토론자로 나서 여성 학도의용군의 현황과 법적 지위, 향후 과제 등을 짚었다. 신 분석관은 병역법을 비롯한 국방 관련 법령, 또 보훈 관련 법령 어디에도 ‘여성 학도병’의 지위를 별도로 규정한 조문이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여성 학도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 연구 및 명예회복, 역사교육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학도병 중에는 전란 도중 북한군이나 중공군의 포로가 되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된 이들이 있다. 지난 2007년 국가정보원은 미송환 국군포로 숫자를 1770명으로 추정하며 사망한 910명, 행방불명된 300명을 제외한 560명이 생존해 있다고 파악했다. 그 사이 15년이 지난 만큼 생존자 수는 더욱 줄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 분석관은 “가칭 ‘6·25전쟁 국군포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를 설치하여 여성 학도의용군 출신을 포함한 6·25 전쟁포로 및 실종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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