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국위선양? “황의조로 삶이 무너져…반드시 법정구속 되길”
모두가 열광하는 국가대표 A매치가 누군가에겐 악몽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번 이라크전 승리 소식으로 뒤덮인 인터넷 뉴스 창을 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A 씨는 前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가 저질렀던 불법 촬영의 피해자다. A 씨는 A매치 시즌이 찾아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A 씨에겐 한국 축구는 평생을 무너뜨린 트라우마가 됐다.
A 씨의 삶은 모든 것이 붕괴됐다. 가족들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됐고, 연로한 부모 역시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더 괴로운 사실은 A 씨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밝히는 것 조차 2차 피해라는 사실이다. 과거 황의조 측이 피해자 A 씨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입장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 고통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그 어떤 위로도 받지 못하며 혼자 만의 악몽 속에서 매일을 보내는 중이다.
■황의조, 입장 바꿔 혐의 인정
오늘(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13단독, 판사 이용제)에서는 황의조의 성폭력 처벌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검사는 황의조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가운데, 재판 전까지 "당시 연인과 합의된 영상"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던 황 씨는 오늘 재판에서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인정했다.
황 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황 씨는 축구선수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국위선양을 했다"며 "사회에 복귀해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이번에 한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의조 역시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축구선수로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누굴 위한 국위선양?…"재판부 편향돼"
어떤 분야에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자신의 업을 내세워 흔히 하는 다짐이 있다. "'축구'로 보답하겠다. '연기'로 보답하겠다. '정치'로 보답하겠다" 등이 그 예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반문한다. "도대체 누굴 위한 보답이냐고."
황의조는 "피해자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피해보상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A 씨는 용서를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할 생각도 전혀 없다. A 씨가 오로지 바라는 건 엄벌이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4년형이 꼭 선고되길 바라는 이유다.
그러나 A 씨의 변호인 이은의 변호사는 오늘 공판을 끝마친 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재판이 지나치게 황의조 측에 편향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해자 변호인의 변론 시간을 1분도 주지 않았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11년 변호사 생활하면서 심지어 뒤에 재판이 밀려있지도 않는데, 1분 안에 말하라고 하는 것을 처음 봤어요. 또 제가 피해자가 2차 피해에 시달렸다는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재판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제지하기도 했어요."라며 재판부가 발언까지 막았다고 주장했다.
공판을 지켜본 결과 황의조의 집행유예 선고가 우려된다고 말한 이 변호사는 "이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내릴 지도 모르겠어요. 황의조를 집에 보내서 계속 축구로 국위선양 하게 할지 말지, 이젠 법원에 공이 넘어갔어요. 지켜보겠습니다."라며 다소 격양된 발언도 쏟아냈다.
이 변호인은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재판부가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란다며 호소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평판 저하에 대한 불안감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대가 유명 국가대표라는 이유로 오히려 피고인이 배려받는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설 자리는 좁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고통스럽다고 내색도 못 하며 겉으로 웃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양형해야 할지 가늠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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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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