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밑줄 사용법] 작심삼일에 대하여
신년계획 말로만 안 끝나
다짐 사흘만에 흔들린대도
습관될때까지 '작은 반복'을
어느덧 30일, 300일될 것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는 걸 보면 신은 우리가 계획하는 모습을 보고 자주 비웃는 것 같다. 계획은 실패하라고 존재한다는 친구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분야 최고의 시니컬함은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다. "모두에게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링 위에 난타 당한 작심삼일의 시체들이 널린 곳으로 헬스장과 어학원이 있다.
1월 1일이라는 날짜는 강력하다. 이사 후, 새 직장에 입사한 뒤, 학기가 새로 시작될 때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의미 있는 '경계' 앞에서 습관을 바꾸려 계획한다. 그래서 1월의 헬스장은 늘 북적인다. 하지만 2월이 되면 풍경은 달라진다. 남는 사람은 대략 3분의 1이다. 우리는 이를 의지 부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장면을 '몸'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달라진다. 몸은 감정적인 존재가 아니다. 몸은 생존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최적화된 기계다. 적은 에너지로, 가능한 한 오래, 안전하게 운용하는 게 최종 목표다. 몸이 루틴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에게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위협이 없다는 신호다.
우리는 흔히 반복을 정체나 권태로 오해한다. 하지만 몸에게 반복은 예측 가능성이다. 언제 일어나고, 먹고, 언제 움직이고, 쉬는지를 미리 아는 상태. 그때 몸은 불필요한 경계를 푼다. 몸의 언어로 번역하면 반복은 "여긴 위험하지 않아!"란 강력한 신호다.
이 점은 아이들에게 더 명확히 적용된다. 아이들은 자유분방하게 종일 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른이 취침, 식사, 놀이 시간을 구별하고 명확한 규칙을 정해줄 때, 더 큰 안정감 안에서 자란다. 불안은 줄고 상상력은 커진다. 이는 많은 창작자와 사상가들이 루틴에 집착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동일한 순서로 작업하는 건 생각이 자유로워지려면 몸이 안정돼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피겨 선수 김연아가 한 인터뷰에서 훈련하기 싫을 때 극복의 비결이 있냐는 질문에 "어떻게 하긴요.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한 건 훈련의 본질을 말한다. '그냥'은 마음이 내킬 때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몸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상태, 생각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낙천성은 운 좋게 타고난다. 하지만 낙관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우리가 키워야 할 건 애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낙천성이 아니라, 스트레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낙관성 같은 것이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 반복은 이것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프로의 마인드는 그렇게 다져진다.
우리는 흔히 '내 생각'을 '나'라고 믿는다. 그래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들면 그게 내 의지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화자를 '생각'(뇌)에서 '몸'으로 바꾸면 몸은 말할 것이다. 나는 재미보다 효율을, 자극보다 예측을 더 선호한다고. 몸이 반복을 요구하는 이유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 쓰기 위해서다.
1월의 작심삼일은 목표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그 목표가 몸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은 1년 계획을 이해하지 못한다. 몸이 이해하는 건 오늘의 시간표, 움직임, 눈앞의 결과다. 그래서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반복이 오래간다.
폄훼의 의미로 쓰이는 '작심삼일' 역시 다시 정의하자. 작심삼일의 방점을 '유효기간'이 아닌 '반복'에 두자는 뜻이다. 사흘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사흘을 선택하면, 그것은 중단이 아니라 지속의 다른 이름이다. 선택된 사흘이 겹치고 겹쳐 어느 날은 삼십 일이 되고, 어느 날 삼백 일이 된다. 그때쯤 새벽에 깨어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초심은 한 번으로 끝나는 마음이 아니다. 실패할지언정 반복될 때, 그것은 끝내 가장 강력해진다. 새해는 그 반복이 시작되기 가장 좋은 때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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