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로봇심판인데 왜 방식이 다를까
2026시즌 MLB에 로봇심판이 공식 도입된다. 3월 26일 SF 자이언츠 vs 뉴욕 양키스 개막전이 첫 적용 경기다. KBO는 2024년 세계 최초로 1군 전 경기에 ABS를 도입했지만, MLB가 선택한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KBO는 모든 투구를 기계가 판정하는 '전면 자동화', MLB는 심판이 기본 판정하되 선수가 이의를 제기할 때만 기계를 확인하는 '챌린지 시스템'이다. 왜 같은 기술인데 다른 길을 걸었는지, 코리안 빅리거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핵심만 짚어본다.

MLB ABS 챌린지, 이렇게 작동한다
경기장에 설치된 12대의 호크아이 카메라가 모든 투구를 추적한다. 심판 콜 직후, 타자/투수/포수 세 사람만 모자나 헬멧을 톡톡 두드려 챌린지를 걸 수 있다. 전광판에 투구 위치 애니메이션이 뜨고 약 15초 만에 결과가 나온다. 각 팀은 경기당 2회 기회를 갖고, 성공하면 기회를 유지한다. 연장전에는 챌린지 0개인 팀에게 이닝마다 1회가 추가된다.
감독은 챌린지를 걸 수 없고, 더그아웃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도 금지다. 이를 막기 위해 중계 화면과 Gameday 투구 위치 정보는 약 9초 지연 송출된다. 2025년 스프링트레이닝 테스트에서 경기당 평균 4.1회 챌린지가 발생했고, 성공률은 52.2%였다. 포수가 56%로 가장 높았고 타자 50%, 투수 41% 순이었다.

KBO vs MLB, 스트라이크존부터 다르다
MLB 스트라이크존은 홈플레이트 너비 그대로 17인치(43.18cm)이고, 상단 선수 신장의 53.5%, 하단 27%다. KBO는 좌우를 양쪽 2cm씩 확대한 47.18cm에 상단 55.75%, 하단 27.04%로 설정돼 있다. 쉽게 말하면 KBO 존이 좌우로 약 4cm 더 넓고 상단이 약 2%포인트 높다. 판정 방식도 다른데, MLB는 홈플레이트 중심 8.5인치 지점의 2D 직사각형 기준이고, KBO는 중간면과 끝면 두 곳에서 모두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3D 개념이 가미돼 있다. 이 차이가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전면 ABS vs 챌린지, 장단점은 뚜렷하다
KBO 방식의 최대 강점은 일관성이다. 모든 투구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주심 누구냐"는 질문이 의미를 잃었다. 반면 ABS 도입 후 타고투저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기존에는 점수차가 벌어지면 심판이 존을 넓게 잡아 경기 흐름을 조절했는데, 기계는 그런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MLB가 챌린지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리플A에서 전면 ABS를 테스트했을 때 볼넷이 약 20% 급증했고, 선수 설문에서 전면 ABS 찬성은 11%에 그쳤다. 챌린지의 장점은 중요한 순간의 오심 교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고, 한계는 경기당 2회뿐이라 대부분의 오심은 교정 없이 넘어간다는 점이다.

코리안 빅리거, KBO ABS 경험이 무기가 된다
이정후(SF)와 김혜성(LA 다저스)은 KBO에서 ABS를 경험한 뒤 MLB로 건너간 선수들이다. 기계 판정의 스트라이크존 경계를 체감적으로 아는 것이 다른 MLB 선수에게는 없는 강점이다. 특히 이정후는 선구안이 좋은 컨택 타자로, ABS 도입 후 심판의 주관적 존 확장이 사라지면 경계구를 골라내는 능력이 더 빛날 수 있다.
MLB 데이터에 따르면 2-2 카운트에서 챌린지 사용률이 일반 카운트의 약 2.7배에 달하기 때문에, 풀카운트 승부가 잦은 이정후에게 챌린지는 실질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MLB의 ABS 존은 KBO보다 좌우가 4cm 좁고 상단이 낮기 때문에 KBO 감각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새 시즌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두 선수가 MLB 규격의 ABS 존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