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많이 먹을수록 살 빠져”…미국인이 폭풍흡입 한다는 이 음식, 정체가 [박민기의 월드버스]
고지방 다이어트 유행에 인기 급증
美 치즈 소비량, 버터·요거트 제쳐
팬데믹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도
“소비자 잡아라”…기업들 투자 확대
약 23분의 러닝타임에 그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방영 이후 영국 사회에 불어닥친 반향은 남달랐습니다. 눈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달나라 치즈를 크래커와 함께 우적우적 씹는 월레스의 모습에서 상상되는 치즈의 풍미, 이후 “웬슬리데일?”이라고 자문하는 대사는 꺼져갔던 영국 치즈 기업들의 생명줄에 불씨를 당겼습니다. 1990년대 초반 심각한 경제 위기로 연간 치즈 생산량이 340만t에 그쳤던 웬슬리데일 치즈 판매량은 5배가 증가했고, 연간 매출도 200만파운드(약 35억원)에서 1500만파운드(약 263억원)로 성장했습니다. 이 같은 영국 전통 치즈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1995년 1인당 6㎏에 그쳤던 영국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19년 13㎏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치즈 사랑’에 빠진 영국보다도 치즈를 더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의 1인당 치즈 소비량은 지난 1975년 이후 최근 기준 약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1년에 먹는 치즈 양은 인당 약 19㎏에 달하는데, 이는 버터·아이스크림·요거트 소비량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준입니다.
치즈가 이처럼 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를 휩쓸었던 ‘저지방 다이어트 열풍’ 때 소비자들은 포화지방과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치즈 등 유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음식들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체중 관리를 위해 저지방 우유와 요거트 등을 주로 섭취했습니다. 그러나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로 알려진 ‘앳킨스 다이어트가’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치즈를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앳킨스 다이어트는 미 의사 로버트 앳킨스가 개발한 방법으로, 초기에는 매우 적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다가 점차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려나가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전 세계를 덮쳤던 코로나19 대유행도 치즈 인기 상승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내려지고 식당들이 일찍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외출 대신 집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자신만의 레시피를 활용한 가정식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치즈를 향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치즈 소비량은 수직 상승했습니다.
매년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투자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치즈 제조 기업 ‘그레이트 레이크 치즈’는 치즈를 만들 때 필요한 우유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뉴욕 공장에 7억달러(약 9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제품 기업 ‘락탈리스’의 미국 지사인 ‘락탈리스 USA’는 미 캘리포니아 공장에 페타치즈 생산시설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파스타 등 페타치즈를 활용한 가정식이 인기를 끌면서 페타치즈 수요가 급증하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입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제품 라인업 확대’도 이미 현재진행형입니다. 미 치즈 생산 기업 ‘캐봇 크리머리’는 크래커와 함께 바로 먹을 수 있는 사각형 모양의 치즈를 출시했는데, 크래커 위에 바르기 위한 나이프 필요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 관심에 힘입어 출시 첫 해인 2017년 6종으로 시작했던 라인업은 현재 고다치즈 등을 포함해 총 12종으로 확대됐습니다. 캐봇 크리머리는 현재 140종 이상의 치즈 제품을 생산·출시하고 있습니다.
사라 힐리 캐봇 크리머리 마케팅 수석부회장은 “과거 소비자들에게 일말의 죄책감을 안겨줬던 치즈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품으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는 쇼핑카트에 치즈를 담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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